범람하는 온라인 판매 짝퉁 명품… 적발하는 벤처도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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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GPT / 일러스트 ODRI

30대 여성 회사원 K씨는 명품 가방을 사려고 온라인 쇼핑몰을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했다. ‘요즘 온라인에서 짝퉁이 많다는데 이것도 혹시?’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판매가격으로 볼 때, 백화점에서 팔리는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짝퉁은 아닌 것 같았다. 일단은 사려고 했던 가방보다는 훨씬 싼 지갑을 사보기로 하고 구매버튼을 눌렀다. 며칠 후 도착한 지갑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정품이었다. 해당 온라인 샵에 신뢰를 갖게 된 K씨는 원래 사려고 했던 명품 가방을 자신있게 샀다. 그런데 도착한 명품 가방은 짝퉁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같은 온라인 쇼핑몰인데 정품과 짝퉁을 동시에 취급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짝퉁 온라인 가품 셀러들의 새로운 패턴이다. 저렴한 상품은 정품을 판매해서 고객을 유인한 뒤 결정적으로 고가의 상품은 짝퉁을 판매하는 식이다.

짝퉁은 싸다?… 이를 역이용하는 온라인 판매

오프라인 시장의 경우 대개 사는 사람도 짝퉁인 줄 알고 산다. 소위 ‘인지구매’에 해당된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정품인 줄 알고 샀지만 받고 보니 짝퉁인 이른바 ‘오인구매’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오인구내는 인지구매에 소비자가 받는 심리적 충격이 훨씬 크다.

일반 구매자들이 정품과 짝퉁을 판별하는 가장 손쉬운 지표가 판매가격이다. 그러나 함정은 있다. 예컨대 정품가격 300만원 정도에 팔리는 명품 가방을 30만원 정도에 팔고 있다면, 누구도 이를 정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도 짝퉁이라는 것을 알고 산다. 하지만 300만원짜리 가방을 200만원 혹은 250만원에 판다면 ‘설마 짝퉁을 저 가격에 팔겠어? 아마도 특별히 저렴하게 파는 정품일꺼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정품 가격에 근접할수록 정품으로 확신하게 되고, 정품 가격대비 5∼10% 정도 저렴하다면 ‘굿딜’이라고 생각하면서 구매욕을 자극하게 된다.

최근 정품은 최저가격 800만원 초중반에 거래되는 A사의 숄더 백이 모 온라인 쇼핑몰에서 790만원에 판매된 사례가 있다. 같은 회사의 크로스 백은 정품 가격이 400만원 정도인데 340만원에 여러 개 판매됐다. 모두 짝퉁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고가 명품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정상가 90만원인 C사의 카바스백을 59만8000원에, 같은 회사의 290만원짜리 숄더백은 140만원이라는 판단하기 어중간한 가격에 짝퉁을 판매하고 있다. 이제는 가격만으로 짝퉁을 단정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거의 정품에 준하는 비용을 지불하고도 짝퉁을 산 소비자의 충격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온라인 짝퉁 판매 경로와 수법, 날로 다양해져

그래픽 ODRI
요즘 짝퉁 판매업자들이 대형 플랫폼뿐만 아니라 단속이 더욱 어려운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사업체의 형태와 규모를 갖춘 판매업자라기 보다는 오히려 개인 판매자에 가깝다.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스토리, 밴드, 인스타그램에서 유명 상품을 검색해보면, 수 백개의 개인 셀러가 운영하는 방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대부분 짝퉁을 취급한다.

특이한 점은 개인간 거래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짝퉁을 판매하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별다른 범법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래되는 거래는 대부분 개인 셀러의 형태로 점조직화 되어있고, 가입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은 물론이거니와 탐지 자체가 매우 어렵다.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같은 온라인 중고품 거래 플랫폼에서, 중고를 빙자한 짝퉁이 팔리는 것도 큰 문제이다. 중고 플랫폼에서는 가격이 신품과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브랜드에서는 가격을 기준으로 비정상 제품을 제대로 체크하기 어렵다. 중고 시장에서는 약간 사용한 정품인 것처럼 짝퉁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품 거래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대놓고 짝퉁을 파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부 중고장터에서는 오랜 기간 짝퉁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도 여러 곳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한다.

브랜드마다 소위 ‘핫’아이템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에어디올’, ‘GD콜라보’ 루이비통의 ‘수프림 콜라보’등과 같은 아이템이다. 워낙 고가일 뿐만 아니라 대개 한정판으로 발매되기 때문에 리셀(재판매) 시장에서 거의 몇배의 가격에 거래된다. 그나마 물건이 없어서 못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짝퉁업자들의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다.

짝퉁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정품과 비슷한 정도의 가격을 붙이는 것은 물론, 정품에 쓰인 사진, 모델, 광고문구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진짜 온라인 페이지의 구성까지도 그대로 베낀다. 주 구매층인 매니아들이 해당 아이템에 관해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 ‘짝퉁’ 2000조 시장… 정부도 대책 나서

전 세계 위조상품(이른바 가품 또는 짝퉁) 규모는 2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따르면 2016년 575조원이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4년 현재는 그때보다 4배가량 증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짝퉁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거래되는 품목도, 명품브랜드의 신발, 가방, 시계, 패션의류 등에 국한되지 않고, 가구, 조명기구, 완구, 심지어는 의약품까지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확대되었다.

특히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계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해외직구 형태의 짝퉁 판매가 기승을 부림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공동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짝퉁 대조 모니터링 시스템의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민간차원에서도 페이커즈 등 짝퉁 상품 탐지 및 제거 업체들이 AI 짝퉁 대조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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