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주기만해도 어려운 사람에겐 큰 힘 되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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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페 전화’ 이미옥 선임목사
80여명 매일 3시간씩 자원봉사
“1인 가구 늘며 외로움 호소 많아”

이미옥 선임 목사는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다 겪는 일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살기 위해 내게 손을 뻗는구나’라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미옥 선임 목사는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다 겪는 일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살기 위해 내게 손을 뻗는구나’라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귀담아들어 주기만 해도 힘든 사람에게 정말 큰 힘이 되지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의 빈곤을 호소하는 시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만난 순복음상담소 이미옥 선임 목사(상담 총괄)는 “어려움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용기를 갖는 분들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설립 44년째인 순복음상담소 ‘아가페 전화’(옛 사랑의 전화)는 8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한 달 평균 500여 통의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많이 상담하는지요.

“가족 문제, 직장 문제, 물질과 대인관계 등 어려움의 유형은 대체로 전과 비슷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비혼, 1인 가구가 늘어나다 보니 그로 인한 외로움이나 대인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상담이 많아졌어요. 대체로 가족과도 교류가 거의 없고, 일은 하지만 회사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분들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직을 자주 하게 되고, 점점 더 질 좋은 직장과는 멀어지면서 악순환이 거듭되는 거죠.”

―상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거나 치료될 수가 있습니까.

“전화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 상당수는 문제 해결보다 어디에 자기 이야기를 할 곳이 없으니까 찾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들어주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얻거든요. 상담이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죠. 그래서 이런 분들은 상담으로 힘을 얻고 살다가 또 힘들어지면 전화하는 패턴을 보여요. 물론 전화 상담이라는 특성상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변화를 끌어내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지요.”

―남의 어려움을 들어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만….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쉬운 일은 아니에요. 아가페 전화에서는 80여 분의 자원봉사자가 각자 하루 3시간씩 상담 전화를 받는데, 시작하면서 30분 동안 한다고 알려주지만 시간을 넘기기가 일쑤지요. 어디에 얘기할 곳이 없어서 힘들게 용기를 냈는데 시간 됐다고 끊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분들로서는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몸부림치는 것일 수 있잖아요. 그리고 꼭 하고 싶은 말이, 가족이나 친구, 지인이 힘듦을 호소할 때 ‘그게 뭐 힘들다고…’라는 식으로 말을 대수롭지 않게 던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말을 대수롭지 않게 던지지 말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요.

“내가 볼 때는 대수롭지 않은 어려움이어도 누군가에게는 자기 삶이 송두리째 날아간 것 같은 큰 힘듦일 수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겪는 일이라고 ‘뭐 그런 일로 우냐?’ ‘시간 지나면 다 나아진다’는 식으로 별것 아닌 것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럼 당사자는 입을 닫고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거든요. 그렇게 오랜 시간 쌓이면서 문제가 커지는 거죠. 상담하다 보면 가정이나 주변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줬어도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경우를 많이 봐요. 누군가 ‘힘들다’고 말하면 ‘살기 위해 내게 손을 뻗는구나’ 이렇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아가페 전화#이미옥#선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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