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에게 밥은 하늘, 연탄은 땅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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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공동체·연탄은행 허기복 목사
기름값 올라 연탄 사용 다시 늘어
후원 줄었지만 남 돕는 사회 꿈꿔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나눔은 자꾸만 이자가 붙는 행복한 투자”라며 “새해에는 조금씩 남을 더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나눔은 자꾸만 이자가 붙는 행복한 투자”라며 “새해에는 조금씩 남을 더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없는 사람에게 밥은 하늘, 연탄은 땅이지요.”

최근 전국을 강타한 최강 한파가 물러간 27일 서울 노원구 연탄은행에서 만난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67)는 어려운 이들에게 연탄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허 목사는 “올해 목표가 300만 장인데 현재 약 250만 장을 후원받은 상태”라며 “작년에 비해 기업 후원이 꽤 줄었다”고 말했다.

―작년보다 목표를 적게 잡았는데도 부족하다고요.

“작년에는 약 400만 장을 후원받았는데, 올해는 전기료도 많이 오르고 경기도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있어서 목표를 적게 잡았어요. 그런데 기업 후원이 많이 줄어서 50만 장 정도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후원하던 기업에 호소했는데 쉽지 않습니다.”

―연탄을 때는 가구가 얼마나 됩니까.

“전국적으로는 현재 7만4000가구 정도인데, 2년 전(8만1000여 가구)보다 7000가구 정도가 줄었어요. 하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2400가구 정도가 늘었지요. 기름보일러를 쓰다가 다시 연탄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에요.”

―다시 연탄을 사용하는 이유가 뭔가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거 개선 차원으로 기름보일러로 바꿔줬는데 기름값 지원은 없어요. 기름보일러를 쓰면 한 달에 50만 원 정도가 드는데, 연탄은 15만 원(150∼200장·장당 850원)이면 되거든요. 기름값이 없으니 연탄으로 다시 돌아간 거죠.”

―여름에도 연탄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주거 환경이 워낙 안 좋아 장마철에는 방 안이 눅눅하고 통풍도 잘 안 돼 곰팡이가 많이 피거든요. 난방을 좀 해야 벽이나 방바닥에 습기가 고이거나 곰팡이가 피는 걸 막을 수 있어요. 봄, 가을에도 씻을 때 온수는 필요하고요.”

―연탄은행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겁니까.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강원 원주에서 무료 급식소를 시작했는데, 어떤 분이 연탄을 후원하겠다고 하셨어요. 연탄 나누기 운동을 하자는 거죠. 그때 하루에 3시간 잠잘 정도로 너무 바빠서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후원하겠다는데 안 하는 것도 그렇잖아요. 그래서 수요 조사를 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일주일째 한겨울 냉방에서 이불만 뒤집어쓰고 떨고 있는 걸 봤어요. 충격이었죠. ‘내가 목사라면서 세상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게 계기가 돼 2002년 원주에 연탄은행 1호점을 세웠고, 현재 전국에 31곳의 연탄은행이 있습니다.”

―후원 모금 외에 힘든 점은 없는지요.

“도시가스가 훨씬 싼데 연탄 때는 걸 보면 부자 아니냐, 그런 사람들을 왜 도와주냐고 따지는 분들이 있어요. 도시가스가 연탄보다 싸긴 하죠. 도시가스관을 설치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동네라 연탄을 때는 건데…. 또 대부분 산동네다 보니 일일이 지게로 져 날라야 하는데 조심해도 연탄 가루가 길에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동네 지저분하게 한다고 뭐라 하는 분들도 있고…. 새해에는 조금은 더 남을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밥상공동체#연탄은행#허기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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