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조각·문학 전 세계서 두각…韓서 오케스트라 대첩까지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3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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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문화계 10대 뉴스


2023년 문화계는 어느 해 보다 역동적이었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영향력이 발휘됐다. 발레리나 강미선이 무용계 최고 영광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을 시작으로 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로 프랑스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상 거머쥐는 등 낭보가 잇달았다. 한국 조각가 한진섭은 바티칸 교황청 2000년의 전통을 깨고 베드로 성당에 김대건 신부 성상을 설치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방한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세계 3대 악단은 잇달아 내한, 한국에서 오케스트라 대첩을 펼쳤다. 안타까운 소식도 많았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선생이 별세했고, 조계종의 큰 별 자승스님이 입적했다.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는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2023년을 뜨겁게 달군 뉴스들을 월별로 정리했다.

◆①‘마흔의 발레리나 워킹맘’ 강미선, ‘무용계 아카데미상’ 수상


유니버설발레단 소속 발레리나 강미선이 지난 6월20일 러시아 모스크바 에서 열린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도로시 질베르, 볼쇼이 발레단 엘리자베타 코코레바, 마린스키 발레단 메이 나가히사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쳤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세계 무용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이 이 상을 수상했으며, 강미선은 5번째 한국인 수상자다. ‘마흔의 발레리나’, ‘워킹맘’이라 수상의 울림이 더욱 크다. 올해로 21년째 유니버설에서 활동 중인 강미선은 2021년 10월 아들 레오를 출산, 국내에 몇 안 되는 ‘워킹맘’ 발레리나가 됐으며,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②갓 쓰고 한복 입은 김대건 성상 바티칸 설치…한국 조각가 한진섭 제작 화제


지난 9월16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상이 설치됐다. 성 베드로 대성당 아시아인 성상 설치는 2000년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높이 3m70cm, 폭 1m80cm의 갓 쓴 한복 입은 김대건 신부 성상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하얀 대리석으로 조각됐다. 바티칸에서 550년 간 빈자리를 채운 김대건 성상은 이탈리아 조각가가 아닌 한국의 한진섭 조각가가 제작해 더 화제를 모았다.

한복 입은 김대건 성상은 2000년 가톨릭 교회의 전통도 바꿨다.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총책임자이자 예술성 장관인 마우로 감베티추기경은 “지금까지는 베네딕토회, 프란치스코회, 도미니코회 등 수도회 설립자 성인상들이 이곳에 세워졌는데 김대건 신부를 시작으로 각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상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실 것”이라고 공표했다.

◆③배우 유인촌, 15년 만에 문체부 장관 귀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년 만에 돌아왔다. MB정부에서 2008년 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장관직을 수행한 역대 최장기 장관이자 ‘경력직’ 장관의 귀환이다. 지난 10월11일 임명장을 받은 유 장관은 취임 후 ”해답은 현장에 있다“며 현장 행보를 적극적으로 이어갔다.

한달간 하루에 두세 건의 행사에 참석하며 쉴 틈 없이 현장 간담회를 열며 문화계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했다. 2021년 세계관광기구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전남 신안군 ‘퍼플섬’에서 보라색 재킷 차림으로 자전거를 현장을 둘러보는 등 진취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말에도 1박2일 밀양과 통영을 직접 찾아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로컬100’ 캠페인 홍보맨을 자처하며 5대 도시를 잇는 ‘K-관광 휴양벨트’ 구축 육성에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④단색화 거장 박서보 작가 별세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이 지난 10월1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2. 지난 2월 폐암 3기 판정 소식을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그는 병원 치료를 끊고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작품 활동에 매진했지만,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갑자기 몸이 허약해져서 은평구 성모병원에 입원중에 타계했다. 병원에서 바로 퇴원할 줄 알았던 박 화백은 ”작업할게 많다“며 부인과 며느리에 ”배접해 놓으라“고 한 당부가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올해 3월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호텔에 그의 이름을 딴 박서보미술관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당시 환한 모습으로 기공식을 마친 박 화백은 ”박서보 미술관은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마음 속 응어리를 풀고갈 수 있는 곳“이라며 ”내 그림이 그들에게 치유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늘 이야기하던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해도 또한 추락한다”는 박 화백의 명언은 장지인 장지인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 새겨졌다.

◆⑤베를린필·빈필·RCO…최정상급 오케스트라 내한 러시


세계적 교향악단들이 올해 한국으로 몰려왔다. 특히 11월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헤바우 등 세계 3대 오케스트라가 잇달아 내한, 역대급 클래식 대전을 벌였다. 베를린필 공연의 경우 최고 등급 R석이 55만원으로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협연자도 화려했다. 조성진은 11월12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베를린필과 협연했다. 베를린필의 내한은 6년만으로, 2019-2020시즌부터 상임지휘자로 악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잡았다. 빈필은 11월6~8일 내한 공연을 가졌다. 투간 소키예프가 지휘하고, 랑랑이 협연했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는 11월11~12일 내한공연을 가졌다.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봉을 잡고 피아니스트 예핌 브롬프만이 협연했다.

◆⑥33년 역사 대학로 간판극장 학전 폐관
서울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온 극단 학전이 지난 11월 폐관 결정 소식을 알렸다. 학전은 1991년 3월15일 대학로에서 문을 열었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작사한 김민기 대표가 설립했다.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비롯해 방은진·배해선·방진의·김무열·김희원 등 많은 배우가 학전을 거쳤다.

가수 김광석이 1996년 세상을 떠나기 전 1000회 공연을 한 곳이기도 하다. 소극장 뮤지컬 전설로 꼽히는 ‘지하철 1호선’은 200석 미만 소극장에서 관객 약 75만명을 동원하며 대학로에 소극장 공연 전성시대를 열었다. 대학로 소극장에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며 경영난을 겪었고,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더욱 타격을 입었다. 학전은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15일 폐관한다.

◆⑦조계종 큰 별 자승스님 입적…‘소신공양’


33·34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지난 11월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 발생한 화재 진압 중 칠장사 요사채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계종은 “스님이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중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겼다”며 장례를 종단장으로 치렀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정치권의 조문이 잇따른 가운데 정부는 故 자승 스님에게 한국불교의 안정과 화합으로 전통문화를 창달하고, 사회통합 및 국민 화합에 기여한 공로로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자승스님은 2009년 50대에 총무원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했다. 1962년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후 4년 임기 두 번을 모두 채운 총무원장은 자승 스님이 유일하다. 퇴임 후 2021년 학교법인 동국대 건학위원회 고문이자 총재를 맡아 조계종 내 가장 큰 권력 두 개를 모두 잡은 ‘조계종 실세’라는 평을 받았다.


◆⑧K-문학 저력…한강 작가, 한국인 최초 메디치상 수상


소설가 한강이 지난 11월 10일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으며 부커상 수상에 이어 다시 ‘한국인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메디치 문학상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포르투갈 작가 리디아 호르헤의 ‘동정’을 외국문학상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2021년 출간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작가가 제주 4·3사건과 그 상처를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지난해 11월 이 소설로 제30회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8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으로 그라세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프랑스 출판사 측은 책이 처음 발간됐을 때부터 독자들이 열광했고, 많은 비평가가 최고 평점을 줬다면서 메디치 상 수상도 그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⑨몰려온 관광객…올해 목표 1000만 명 돌파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관광시장이 올해 빠르게 회복했다. 12월 초 2023년 목표였던 방한관광객 1000만명을 달성했다.

방한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750만명에 이르렀지만, 2020년 252만명, 2021년 97만명, 2022년 320만명으로 크게 위축됐다. 정부는 ‘2023~2024 한국관광의 해’를 선포하고, 전세계적인 방한관광 마케팅에 나섰다. 일본 등을 중심으로 방한객이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 10월에는 연간 최고치인 월 123만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⑩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시민의식 개선해야”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유산 경복궁 담벼락이 낙서 테러로 훼손됐다. 12월16일 새벽 1시42분 10대 남녀가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문구 등을 낙서하는 일이 벌어졌다. 훼손 범위는 44여m에 이른다. 이후 17일 밤 10시20분 새로운 낙서가 추가됐다. 모방 범행으로 20대 남성이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고, 이후 10대 남녀가 잡혔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 20여 명이 투입됐고 복구 나흘 만에 50% 정도 작업을 마쳤으나 강추위에 복구작업이 멈췄다. 25일까지 중단 후 재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담장 외부 9개소에 CCTV 14대가 설치·운영 중에 있고 앞으로 담장 외부에 20여대의 CCTV가 추가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경복궁 내 낙서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시민의식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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