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을 안내한 산청군 문화관광해설사는 한방에서 체질을 감별할 때 사용하는 오링테스트로 관광객들에게 ‘기운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명당 터에서는 손가락의 악력이 강해지고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약해지는 현상을 직접 느끼게 해주자 여기저기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2009년 이곳을 방문한 후 바로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추천받은 독일인 이참 씨의 명당 효험담도 소개돼 있다.
귀감석 위편의 석경(60t)은 돌로 만들어진 거울이다. 나쁜 기운을 내보내고 재생시키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건강을 빌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귀감석 아래편의 복석정은 솥 모양의 돌인데 복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 바위 위에 동전을 놓아 두면 복을 받는다는 속설이 있어 사람들이 동전을 두고 가는데, 산청군은 이 동전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무릉교는 왕산 및 필봉산, 동의보감촌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조망 명소이자, 케이블을 따라 조명등을 설치해 야경도 매우 뛰어나다. 관람객의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다.
무형의 기운이 아닌, 몸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직접 ‘음미하는’ 코스도 있다. 무릉교 아래쪽 ‘동의본가’라고 불리는 한방 체험 한의원이다. 이곳에서는 한의사의 지도 아래 한약인 공진단 만들기 체험과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공진단 만들기는 미리 준비된 약재를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 금가루를 입혀 완성시키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몸으로 좋은 약초 기운을 음미하면서 가족 건강을 위한 마음으로 빚은 공진단은 포장지에 담아 선물할 수 있다.
동의보감촌 내 한방미로공원은 산책과 힐링을 겸할 수 있는 곳이다. 살균·항균 물질인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 2100그루로 조성된 미로(길이 1480m)가 인기가 높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미로 구조는 마치 인체 해부도와 비슷하다. ‘동의보감’의 신형장부도(身形藏府圖)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남사예담촌에서 힐링하기

높이 7.15m의 7층 구조인 구형왕릉 무덤은 보기 드문 명당 터라고 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기운 충전이 절로 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왕릉의 돌을 헐어버리려고 하자 뇌성벽력이 몰아쳐 왜구가 도망했다는 전설도 있고 칡넝쿨, 낙엽, 심지어 새들도 능 위를 비켜 간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한편 구형왕릉 인근에는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스승인 류의태가 사용했다는 약수터도 잘 정비돼 있다.
조선 연산군 시절 무오사화로 희생된 성리학자 김일손이 ‘단구성’이라고 노래한 단성면의 남사예담촌도 들러볼 만하다. 남사천 강돌과 황토를 2m 높이로 쌓아 올린 담이 예스러운 멋을 한껏 자아내는 명소다. 남사예담촌은 원래 250여 채의 한옥 마을이었는데 6·25전쟁 때 많이 불타 현재 40여 채만 남았다. 과거급제자, 부자, 학자 등을 배출한 생가들의 모습을 둘러보는 즐거움을 준다.
또한 남사예담촌 안에는 잘 차린 한정식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가 곳곳에 있는데 터의 기운이 좋아 쉬어가기 좋다. 마을 뒤편 전망대에 오르면 마을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풍수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한방 힐링과 항노화 체험
현재 동의보감촌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9월 15일∼10월 19일)란 이름의 행사다. 2013년에 처음 열린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국제 축제다. 엑스포주제관, 한의학박물관, 산청약초관, 한방기체험장 등의 상설 전시관과 함께 세계전통의약관, 항노화힐링관, 한방항노화산업관, 혜민서 등 비상설 전시관 등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한방 힐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혜민서가 있다. 혜민서는 조선시대에 백성을 무료로 치료해 주던 의료시설이었다. 그런 애민 정신을 구현하는 뜻으로 이곳 혜민서에서도 의사로부터 무료로 질환 및 체질에 맞는 한방 시술과 투약 처방 등을 받을 수 있다. 무료로 침, 뜸, 부항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전통의학 체험, 현대화한 스마트 치료 체험, 어린이 한방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2023 산청 엑스포가 열리는 35일간 150여 회의 공연·이벤트가 열린다. 산청군이 강조하는 표어처럼 ‘생기 한방’, ‘유쾌 한방’, ‘인생 한방’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산청=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