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화는 평범한 사람들의 언어로 만들어 낸 이야기입니다. 민중의 언어를 일상적이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빚어냈어요.”
8일 출간된 ‘그림 동화 특별판’(전 2권·민음사·사진) 자문역을 맡은 독일 민담·동화 권위자 알프레트 메세를리 전 스위스 취리히대 대중문화학과 교수(70)는 19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형 야코프(1785∼1863)와 동생 빌헬름(1786∼1859) 그림 형제가 14년 동안 독일 전역을 다니며 200여 개의 민담을 모은 이 동화엔 민중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림 동화’는 그림 형제가 1812년 ‘아이들과 가정의 동화’라는 제목으로 처음 펴낸 뒤 수차례 개정한 책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등 한국 독자도 익숙한 서양 민담이 담겼다. 메세를리 전 교수는 “그림 형제가 채집해 정리한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젠 하나의 장르가 됐다”며 “인간의 긍정적, 부정적 특성을 모두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그려낸 동화를 읽으며 나라는 존재와 세상을 더 넓고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 번역본이 많지만 신간은 그림 형제가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판본인 1857년 7판 정본을 처음으로 완역했다. 2011년 동양 여성 최초로 독일 바이마르 괴테 학회가 주는 괴테 금메달을 수상한 전영애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72)와 김남희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49)가 함께 번역했다.
전 교수는 “원문을 최대한 충실하게 번역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다른 판본은 ‘습니다’로 끝나는데 신간은 대화에선 존대어를 사용하고 본문은 평어체로 번역하며 속도감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그림 형제가 전래 동화들을 수집했을 때는 프랑스 혁명의 영향이 유럽에 확산했고, 이를 억누르려는 강경한 대응이 이어지던 혼란한 시기”라며 “그림 형제는 각 지역에서 전해진 민담을 채집해 엮음으로써 독일 민족의 정신적 뿌리를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종교, 교육, 도덕, 희망, 삶, 지혜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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