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10만명…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에 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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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박물관 英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개막 한달 하루 평균 2600명씩 찾아
“르네상스∼인상주의 한눈에 감상
호베마 등 국내서 보기 힘든 작품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7일 찾은 관객들이 안토니 반 다이크의 초상화를 비롯해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힌 ‘그랜드 투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7일 찾은 관객들이 안토니 반 다이크의 초상화를 비롯해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힌 ‘그랜드 투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내 서양 미술 전시에서 르네상스 시대 회화는 만나기 쉽지 않다. 르네상스 시기인 15, 16세기 그려져 오래된 데다 초기에는 프레스코화처럼 벽에 그린 것이 많아, 작품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적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20세기 초 인상주의까지 폭넓게 다뤄 눈길을 끈다. 최근 10년간 국내 미술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시대를 아우르고 있어 “서양 미술사 교과서 같은 전시”라는 평가도 나온다.

선유이 학예연구사
선유이 학예연구사
지난달 2일 개막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이 10일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한다. 하루 평균 2600여 명이 찾는 이 전시는 사전 예약이 마감되어도 현장에서 표를 바로 구매해 관람할 수 있다. 전시를 보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7일 선유이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 들었다.

● 미술사로 이해하는 세계사

이번 전시는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수집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 내셔널갤러리는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시대순으로 중요한 작품을 골고루 수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전시 구상 단계에서부터 ‘작은 내셔널갤러리를 보여주겠다’는 콘셉트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제안했다.

선 학예연구사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후기 인상주의까지 주요 작품이 다수 포함됐고,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뿐 아니라 네덜란드까지 다양한 국가의 명화들로 구성돼 있다”고 했다. 이어 “르네상스 예술로 신항로 개척, 과학 발달 등 당시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듯이 긴 기간을 아우른 전시의 미술사를 통해 세계사를 익힐 수 있어 어린이 관객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은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이 자주 활용했던 선원근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하학적 건축물의 모양과 적절한 비율로 차분하게 그린 인물들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해부학, 기하학 등 과학의 발달이 바탕이 됐다.

빌럼 판더 펠더, 메인더르트 호베마 등 네덜란드 작가들이 그린 17세기 풍경화는 상업이 발달한 덕분에 탄생했다. 이 시기 네덜란드에서는 중산층도 그림을 구입하게 되면서 풍경이나 정물 등 대중적인 취향에 맞춘 작품들이 등장했다. 선 학예연구사는 “관객 중에서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호베마의 작품이 왔다’며 감격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 “오랜 기간 다시 보기 어려울 작품들”

전시의 큰 주제는 미술의 관심이 ‘신과 종교’에서 ‘사람’으로 확장돼 가는 과정을 담았다. 선 학예연구사는 “메인 주제 외 작가의 개인사, 회화 기법, 미술관의 역할 등 여러 관람 포인트가 있다”고 했다.

작품 설명 옆 ‘추가 설명 카드’에는 도록이나 작품 설명에는 넣기 어렵지만, 특별히 알려주고 싶은 흥미로운 정보와 작품의 뒷이야기를 담았다. 귀도 레니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 옆에는 ‘성스러운 그림을 그린 세속적인 이유’라는 추가 설명 카드가 있다. 거액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잘 팔리는 소재인 종교를 다룬 작품 여러 개를 빨리 그려야 했던 레니의 아이러니한 인생사가 소개됐다. 관객에게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인 토머스 로런스의 ‘찰스 윌리엄 램턴(레드보이)’ 옆에는 이 작품을 세척하고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볼 수 있다. 선 학예연구사는 “카라바조, 모네, 렘브란트 등 거장의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로, 이번 전시가 끝나면 이들 작품은 오랜 기간 국내에서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중앙박물관#英내셔널갤러리 명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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