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없는 날, 야구장선 뭐하고 놀까…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설 문을 연 후쿠오카 돔구장[전승훈의 아트로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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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PayPay돔 투어2



일본 규슈(九州)지방의 관문인 후쿠오카(福岡)에는 두 개의 명물이 있다. 높이 234m로 일본 해변에 세워진 타워로는 가장 높은 ‘후쿠오카 타워’와 일본 최초로 세워진 개폐식 돔구장 ‘후쿠오카 PayPay 돔’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후쿠오카에 도착할 즈음 하카타만의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 근처에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원형 돔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돔구장 바로 옆에는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설 ‘BOSS E·ZO 후쿠오카’가 새로운 명소로 등장해 현지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빅보이’ 이대호 선수가 뛰던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 팀의 후쿠오카PayPay돔은 1993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지어진 개폐식 돔구장이다. ‘보스 이조 후쿠오카’는 경기가 없을 때에도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다. 지상 40m 높이에서 건물 벽면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가는 약 100m의 튜브형 미끄럼틀, 스마트폰으로 숲 속 동물과 물고기를 수집할 수 있는 환상의 디지털 아트세계, 직접 배팅과 수비, 주루 플레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익사이팅한 야구 체험존까지….


이 건물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공간은 ‘팀랩 포레스트(teamLab Forest)’다. 한 때 세계적 열풍을 불러왔던 ‘포켓몬GO’의 AR(증강현실)을 업그레이드해 재미와 학습을 겸비한 환상적인 엔터테인먼트다. 내부로 들어가면 면 화려한 나무가 울창한 숲과 연못이 펼쳐지는데, 코끼리나 고래, 사슴을 닮은 신기한 동물들이 숲 속을 거닐고 있다.


스마트폰에 전용앱을 깔면 본격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화살을 쏘아 동물을 잡고, 바다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다. 벽에 있던 동물이 화면으로 들어오는데 동물의 특징과 생태를 설명해주는 문구가 제공된다. 잡은 동물은 다른 숲에 가서 놔줄 수도 있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컬렉션을 완성하다보면 한두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또다른 방(Immersive Museum FUKUOKA)으로 가면 모네, 고흐, 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몰입형 전시(9월 10일까지)도 펼쳐진다.


올림픽경기장을 비롯해 야구장, 축구장 등 거대한 스타디움을 지을 때 가장 큰 우려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용과 사후 운영 비용이다.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거나 지자체의 골칫덩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계 일본인 사업가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인수한 이 구단은 좌석부터 건물 이름, 시구자까지 기업마케팅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돔구장은 거대한 미식체험장이자 콘서트장이다. 코로나 기간에는 아예 돔구장 옆에 야구경기가 없어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첨단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지었다.


건물 내부의 중심에는 일본 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오 사다하루(83) 소트트뱅크호크스 회장에게 헌정된 베이스볼 뮤지엄이 있다. ‘왕정치(王貞治)’로 잘 알려진 그는 세계 최다 기록인 868개의 홈런을 친 레전드 선수다.


뮤지엄에 들어가면 그가 선수시절 쓰던 배트와 글러브 뿐 아니라 아라카와 코치와 함께 검을 들고 허공을 가르며 외다리 타법을 연마했던 방까지을 재현해놓았다.



남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공간은 ‘89PARK’다. 실제 타격과 수비, 주루를 하면서 야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160km의 구속이 얼마나 빠른지 심판석과 선수석에서 체감해보니 비명이 절로 나온다. 내가 투수가 되어 공을 던져보며 구속을 확인해보는 코너도 있다.


와인드업을 해서 던져보니 처음에는 70km, 나중에는 94km가 나왔다. 사력을 다해 던졌는데도 100km를 넘지 못했다. 두산베어스 전 프로야구 선수 유희관이 120km대 직구로 ‘느림의 미학’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그것도 얼마나 빠른 것인가. 더 던지면 어깨가 아플 것 같아 100km를 깨겠다는 욕심은 접어야 했다. 대신 포수를 향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깨는 제구력 게임을 즐겼다.


다음은 타격이다. 스크린 골프처럼 스크린 야구를 펼치는 곳이다. 언더핸드 투수가 던지는 공이 화면 아래에서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정타를 맞추려고 힘껏 휘둘렀는데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 공의 약간 아랫부분을 맞춰야 공이 뜬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윙을 수정하니 ‘빵’ ‘빵’하며 장타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배트가 공에 제대로 맞는 순간 화면에서 빛이 번쩍하며 공이 백스크린 상단을 맞췄다. 짜릿한 손맛이다. 뒤에서 바라보던 일본 여성들도 환호성을 질러댔다.


다음으로는 수비 연습. 화면에서 투수가 볼을 던지면 좌우로 움직이는 구멍에서 공이 튀어나온다. 공이 나오는 방향으로 재빠르게 달려가서 글러브로 공을 잡고, 1루수 또는 3루수로 지정된 곳으로 송구를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달려가 전진수비를 해야 시간내에 정확히 송구를 할 수 있다. 실제로 감독이 펑고를 쳐주고 송구하는 훈련을 한 느낌이다. 두 번이나 수비게임을 하고 나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다음에는 주루와 견제 연습이다. 출발신호가 들리면 실제 홈에서 1루까지 거리를 영상 속 선수와 달리기를 겨룬다. 견제는 1루에서 2~3m 정도 리드를 하고 있다가,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면 재빨리 귀루하는 게임이다. 투수의 동작을 유심히 보고 순발력을 다해 귀루해야 세이프를 받을 수 있다. 정말 야구장에서 공격과 수비, 주루의 모든 것을 체험해볼 수 있는 3차원 게임이다.


운동을 하며 놀다가 출출해지니 3층 푸드홀로 향했다. 라멘, 꼬치, 스시 등을 파는 맛집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MLB카페’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인 라이센스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대형 TV화면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팀의 김하성 선수 출전 경기 생중계를 보면서 맥주와 커피,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입구에는 오타니, 트라웃 등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공식 굿즈를 구입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 펍에서 축구경기를 보는 것처럼, 메이저리그 야구를 즐기면서 햄버거와 스파게티, 스테이크를 먹는 곳이다. 음료 중에는 불량식품처럼 형광색 초록빛이 나는 상큼한 멜론티가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운코 뮤지움'(UNKO Museum FUKUOKA, 9월3일까지 전시)이다. ‘운코’는 한국말로 ‘응아’랑 비슷한 의미다. 똥이 달팽이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쌓여 있는 ‘운코’를 보기만 해도 아이들은 자지러지며 웃어댄다.


전시장 내부에 들어가면 승리를 기원하는 황금색 운코가 놓여 있고, 관람객들은 손에 아이스크림모양의 운코를 들고, 머리에 운코를 단 헤어밴드를 하며 즐거워 한다.




분홍색, 노랑색, 연두색 운코가 마카롱 과자나 케익모양으로 놓여 있는 테이블은 공주의 애프터눈 티테이블이다.

커플이 들어가는 운코 러브방, 음악에 맞춰 화면속에서 날아오는 운코를 터뜨리며 춤을 추는 댄스게임방, 바닥에 있는 운코 그림자를 밟으면 총천연색으로 터져나가는 게임방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논다.


전시장 입구에는 변기가 놓여 있다. 소프트뱅크 경기 시구를 위해 이 곳을 찾았던 이대호 선수가 뚜껑을 열고 소변을 보려는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 똥’을 비롯해 수많은 동화책에서 똥을 주제로 한 그림에 아이들이 열광한다. 그러나 똥모양을 귀여운 캐릭터와 게임, 액서세리로 만들어 즐기는 일본의 문화는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옥상에는 돔구장 주변의 바닷가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절경(絶景) 3형제’ 놀이기구가 있다. 그 중 ‘쓰리ZO’는 옥상에 복잡하게 설치된 레일에 매달려 탑승자의 무게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롤러코스터로, 건물 밖으로 나가는 구간에서는 가속도가 붙어 짜릿한 스릴을 경험할 수 있다.


‘스베ZO’는 지상 40m 건물 벽면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 100m의 튜브형 미끄럼틀이다.


후쿠오카 여행을 간다면 ‘후쿠오카 PayPay돔’ 투어(약 1시간)를 한 뒤 ‘보스 E·ZO후쿠오카’에서 음식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시사이드 모모치 해변으로 걸어가 ‘후쿠오카 타워’에서 멋진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현지에서는 보스 이조 후쿠오카 놀이시설의 티켓을 따로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5가지 어트랙션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펀티켓을 ‘디스커버리 큐슈(Discovery Kyusu)’에서 미리 구매하면 싸고 편리하다. 또한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경기 할인티켓도 일본에서 직접 사는 것보다 10~20%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후쿠오카=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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