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차르트를 죽였소” 독백으로 푼 살리에리의 고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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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마데우스’ 내달 11일까지
김재범-차지연-김종구-문유강
방대한 대사 소화… 연기 돋보여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김재범·왼쪽)가 모차르트(최우혁)의 악보를 보며 놀라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페이지1 제공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김재범·왼쪽)가 모차르트(최우혁)의 악보를 보며 놀라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페이지1 제공
“나의 고해를 들어주시오.”

무대가 암전되고 휠체어를 탄 노인이 등장한다. 자신이 ‘신이 내린 음악가’ 모차르트를 죽였다며 관객에게 고해성사하는 그의 이름은 살리에리. 긴 독백이 끝나면 극은 살리에리가 31세에 궁정 작곡가로 왕성히 활동하던 1781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돌아간다. 음악 신동이지만 무례하고 방탕한 모차르트의 연주를 처음 마주한 그는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느낀다. ‘모차르트 앞에서 나는 한낱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며 고통의 굴레에 빠진다.

18세기 실존 음악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맹렬한 고뇌를 다룬 연극 ‘아마데우스’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다. 35세에 요절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살리에리의 삶에 극작가 피터 셰퍼가 상상력을 더했다. 197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후 1981년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총 5개 부문을 수상했다. 동명의 영화(1985년) 역시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아마데우스’는 존경과 질투 등 여러 감정이 오가는 살리에리의 내면을 치밀한 독백으로 풀어낸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안내하는 내레이터 역할인 만큼 대사량이 방대하다. 배우 김재범과 차지연, 김종구, 문유강이 돌아가며 살리에리를 연기한다. 김재범은 “왜 내게 음악적 욕망만 주고 재능은 주지 않았느냐”며 신에게 울부짖는 대목에서 악에 받친 눈빛으로 폭발하는 내면을 표현한다. 광기를 내뿜는 모차르트 역은 배우 이재균과 전성우, 최우혁이 맡았다.

연극이지만 모차르트의 음악 20여 곡을 사용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독백 사이에 풍부함을 더했다. 오페라 ‘마술피리’가 공연되는 극 중 극 장면에선 ‘밤의 여왕’ 아리아가, 모차르트가 죽어가는 장면에선 레퀴엠(진혼미사곡)이 흘러나오는 등 협주곡부터 세레나데, 합창곡까지 다채롭게 오간다. 인기 프리마돈나인 카발리에리 역을 맡은 배우 손의완은 성악 전공자로서 시원한 가창력으로 오페라 곡을 노래한다. 4월 11일까지, 4만4000∼9만9000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연극#아마데우스#독백#살리에리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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