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챗GPT는 ‘21세기 바벨탑’의 도서관”

  • 뉴스1
  • 입력 2023년 2월 28일 0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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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3.2.27/뉴스1 ⓒ News1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2023.2.27/뉴스1 ⓒ News1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27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챗GPT는 ‘21세기 바벨탑의 도서관’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세상 온갖 분야의 정보를 데이터로 구축해놓은 모습이 마치 구약에 나오는 하늘에 닿아 신과 동등해지려 한 인간의 욕망을 연상케 한다는 의미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 교수는 한달간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와 형이상학적 물음을 포함한 여러 주제를 놓고 대화한 내용을 엮어 24일에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를 출간했다.

이 책은 챗GPT는 미래 생성인공지능 시대의 모습에 대한 예고편이다. 이른바 생성 AI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챗GPT는 기존 출시된 챗봇 및 언어 처리 인공지능 한계를 뛰어넘는다.

김 교수는 이날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한 설명에서 “챗GPT는 검색, 관심사 알고리즘 생성, 추천 광고 생성, 클릭 유발, 수익으로 연결되는 기존의 인터넷 검색 패러다임을 무너뜨린다”며 “이는 검색 시대의 종말이자 클라우드 비즈니스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챗GPT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두 가지 큰 충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하나는 미처 질문을 완성하지 못한 채 엔터키를 눌렀는데도, 챗GPT가 추론을 통해 질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대답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수행 명령을 하면 창작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이는 5년 전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챗GPT의 발전 수준을 훨씬 크게 뛰어넘는 것”이라며 “물음에 자동으로 검색을 해서 요약한 내용으로 대답을 해줄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가지고 추론을 통해 자체적인 사고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인터넷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챗GPT는 그동안 인터넷을 지배하던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꿀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구글은 챗GPT를 자사에 대한 심각한 위기로 간주하고 ‘레드 코드’를 발령했다.

김 교수는 다만 아직은 챗GPT에도 한계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챗GPT는 아직까지는 ‘그저 말 잘하는 녀석’이다”며 “수학적 연산을 하지 못하고 질문을 많이 하면 대답이 점점 이상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챗GPT는 질문 의도에 따라 다른 답을 내놓거나 질문에 대한 부정확한 대답을 제공할 수도 있다”며 “아직은 정확한 답을 구하려면 시간을 들여 반복해서 어르고 달래야 한다”고 지적했다.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제공)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 제공)

챗GPT가 아무리 기능이 발달해도 결국 데이터는 인간이 제공하는 것이고 그 대답에 대한 판단과 실행도 인간이 하는 것인데 큰 문제가 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문제는 챗GPT의 대답이 너무나도 그럴싸해 페이크(가짜뉴스)가 대량 생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챗GPT의 부작용이나 한계는 시간이 흐르면 해소될 문제”라며 “예를 들어 챗GPT에서 우려됐던 표절 식별 문제는 데이터에 워터마크를 넣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챗GPT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고, 사람들이 쌓아올린 언어를 바탕으로 정보를 찾고 재조합해주는 언어 모델일 뿐”이라며 “이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기계와 협업함으로써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에게 챗GPT를 이용한 에세이를 허용할 생각이다”며 “다만 정교하게 질문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챗GPT의 발달로 인해 많은 직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며 “다만, 챗GPT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확연하게 구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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