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들은 왜 집단적 망상 속에서 허우적거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군중의 망상/윌리엄 번스타인 지음·노윤기 옮김/820쪽·4만2000원·포레스트북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

1720년 영국 경제를 뒤흔든 주가 조작 사건인 남해회사 투기 사태는 경제사에서 ‘원조 버블’로 불릴 만큼 파장이 컸다. 유명 과학자 아이작 뉴턴 역시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었다. 뉴턴은 1712년 매수한 남해회사 주식이 두 배로 오르자 1720년 4월 주식을 모두 팔고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같은 해 후반, 치솟는 주가에 인내심을 잃고 훨씬 높은 가격에 주식을 다시 매수한다. 주가 폭락으로 그가 잃은 금액은 2만 파운드에 달했다. 천재 과학자도 탐욕과 공포 앞에서는 보통 투자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인간은 왜 집단적 망상에 빠져 비이성적 선택을 하는 걸까.

신경과 전문의이자 미국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이론가인 저자는 인간의 이 같은 본성을 신경과학 이론을 활용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그는 군중이 망상에 빠지는 첫 번째 이유로 모방을 꼽는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정보를 분석해 고유한 생각을 하며 산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변에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기보다 우월한 대상을 모방할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음모론을 아직까지 많은 미국인이 믿는 것, 과거 네덜란드에서 귀족과 신흥 부유층이 갓 수입된 튤립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한 달 만에 50배 이상 가격이 뛴 ‘튤립 파동’ 당시 튤립에 투자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 이유로 인간이 이야기에 매료되는 존재라는 점을 꼽는다. 저자는 인간이 사실과 자료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한다. 종말론이나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의 교리를 들며 이야기가 인간에게 얼마나 매혹적으로 작용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사실과 수치보다 이야기에 더 크게 반응하고, 이야기에 설득력이 더해질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이 감퇴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현명하거나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때문에 역사에서 인간이 범한 어리석은 실수를 되짚으며 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군중의 망상#신경과학#인간의 본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