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비극의 땅 콩고 어딘가엔 ‘다정한 유인원’이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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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핸드셰이크/버네사 우즈 지음·김진원 옮김/484쪽·2만2000원·디플롯

6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은 사람과 침팬지, 보노보 이 세 갈래로 나뉜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멸종 위기에 처한 반면에 인류는 세계 인구 80억 명을 돌파할 정도로 진화적 측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우리는 여전히 서로 총칼을 겨누고 약자를 희생시킨다. 주변국의 수탈과 내전으로 수천만 명이 희생되고 난민이 되어 떠도는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콩고. 이 참혹한 비극의 땅에 폭력과는 아주 거리가 먼 평화주의자인 보노보가 살고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개는 천재다’의 공동저자 버네사 우즈(미국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연구원)가 평생 존재조차 몰랐던 보노보를 알기 위해 2000년대 중반 콩고로 넘어가 어엿한 과학자이자 작가로 발돋움하는 과정이 담겼다. 다정한 친화력을 지닌 종(種)이 번영한다는 주장이 담긴 그와 남편 브라이언 헤어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교수의 전작은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론을 정면으로 반박해 주목받았다. 두 저자는 보노보 연구를 통해서도 깨달았다.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협력이라는 것을 말이다.

암컷이 중심이 된 보노보 공동체 사회는 낯선 이를 봐도 우리와 그들을 편 가르지 않는다. 오히려 보노보만의 인사법(성적 행동)으로 환대하고, 어미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은 어린 보노보를 힘을 합쳐 보살핀다.

“나는 침팬지를 사랑한다. 그 고집과 힘을 사랑한다. 난폭한 기질 아래로 흐르는 다정함을 사랑한다. (중략) 보노보에게서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보노보와는 사랑에 빠진 기분이 든다.”

우간다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자원활동가로도 일한 저자는 침팬지와 보노보에게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한다. 인류의 역사는 피로 물든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자를 돕고 깊이 교감하는 보노보에게 주목할 때 우리는 무자비한 학살과 폭력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 구원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평화주의자#다정한 친화력#침팬지#보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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