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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그 영화가 감동적이었던 이유, 모리코네[책의 향기]

입력 2022-06-11 03:00업데이트 2022-06-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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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의 말/엔니오 모리코네, 주세페 토르나토레 지음·이승수 옮김/500쪽·2만6000원·마음산책
‘미션’에 ‘Gabriel‘s Oboe’가, ‘시네마 천국’에 ‘Love Theme’이, ‘석양의 무법자’에 휘파람 소리가 없다면 영화 팬들의 가슴은 대체 뭘 해야 할까.

이탈리아 출신의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는 선율의 마법사, 감정의 연금술사, 영화 시대의 바흐다. 그가 예술적 단짝이자 지음(知音)인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마주 앉았다. 이 책은 둘이 주고받은 생전 인터뷰를 담은 귀한 기록이다. 토르나토레 역시 ‘시네마 천국’ ‘말레나’ ‘피아니스트의 전설’을 모리코네와 합작한 명장.

메가폰을 놓은 토르나토레는 훌륭한 인터뷰이다. ‘황야의 무법자’ ‘오페라의 유령’ ‘언터처블’ 등 모리코네가 손댄 수많은 영화, 세르조 레오네, 브라이언 드 팔마,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과 진행한 협업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낸다. 통렬한 질문으로 한 사람의 생애와 철학을 꿰뚫는다.

“선생님을 총살대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마에스트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뭔지 말해보십시오. 말하지 않으면 즉각 총살할 겁니다.”

까다롭고 예민하기로 소문 난 저 모리코네가 못 이긴 듯 내놓는 답들은 하나같이 흥미롭다. 아르젠토의 공포물에 순수한 선율을 얹기로 한 것은 다름 아닌 모리코네의 제안이었다.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음악을 맡으려다 퇴짜를 맞았다고. 미국 작곡가 포럼에서 자신을 멜로디스트라 정의한 데 대해 “날 아마추어라 말한 것과 같다. 화가 난다”고 반응하는 모리코네를 지켜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바흐의 대위법만큼이나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의 난해한 12음 기법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모리코네는 자신을 야누스보다 많은 얼굴을 지닌 예술가라 자평한다. 머릿속에 늘 음악이 있어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토르나토레는 그런 그를 보며 “끊임없이 멜로디의 독재를 벗어나려는 것 같다”고 말한다.

“쉼표에서, 아니 그 쉼 동안 듣는 사람의 생각에서 멜로디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소리가 아닌 것도 음악이 된다.”(모리코네)

잠언처럼 묵직한 문답이 가득하다. 영화학도, 음악학도에게 특히 추천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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