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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뉴욕 교포, SNS로 강원도 작가에 ‘자서전 SOS’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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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통해 글로벌화되는 대필업계
성공한 이민 1세대들 위주로… “후손에게 내 인생 남기고 싶어”
영미권 ‘고스트 라이터’ 양성화돼… 비용 절반인 한국 대필작가 찾아
한국선 해외에 영문 대필 의뢰
최근 70대 재미교포 A 씨는 국내 대필 작가를 통해 자서전을 준비하고 있다. A 씨는 10대 후반 미국으로 떠난 이민 1세대. 음식 노점상, 차량 정비소, 꽃가게를 하며 온갖 고생을 했다. 이제는 50억 원대 자산가가 됐고 후손에게 자수성가한 자신의 인생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는 “내가 세상을 떠나면 손자, 손녀 누구도 이민 1세대의 고생을 모르지 않겠느냐”며 국내 작가에게 자서전 집필을 맡겼다.

A 씨의 거주지는 미국 뉴욕. 강원도에 머물고 있는 대필 작가와 1만1000km나 떨어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나라를 오가는 일은 아직 만만치 않다. 결국 두 사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통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고는 e메일로 주고받았다. A 씨의 자서전을 쓰고 있는 작가는 “비용은 3개월 집필에 1200만 원이다. 교통비도 들지 않고 집필에 장애 요소가 될 만한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필 업계가 국제화되고 있다. 국내 작가가 해외 교포들의 자서전을 쓰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의뢰자들은 이른바 성공한 이민 1세대다.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성공한 80대 재미교포 B 씨는 최근 모교에 수억 원을 기부했다. 그는 고생 끝에 100억 원대 자산가가 됐지만 자녀가 없다. 궁핍한 시절 한국에서 억척스럽게 공부한 한을 풀기 위해 그는 거액을 모교에 쾌척했다. 이 대학 출판부는 B 씨의 기부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자서전을 내기로 했다. 출판부가 국내 작가에게 연락해 자서전 집필을 맡겼다. 이 작업을 맡은 작가는 “코로나19로 강연, 행사 등 사회적 교류가 적어지다 보니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 교포 자산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국내 대필 비용이 절반에 불과한 것도 한몫했다. 영미권에서는 이른바 ‘고스트 라이터’로 통하는 대필 업무가 양성화돼 있다. 시장 가격도 일정하게 형성돼 있다. 작가들의 수입도 변동이 적은 편이다. 국내 출판 수준이 세계적으로 뛰어나 집필뿐 아니라 출판까지 맡긴 뒤 항공편으로 책을 받아 보는 교포들도 있다.

반대 방향의 대필도 성행하고 있다. 국내 직장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해외 작가들에게 영문으로 글을 써 달라고 의뢰하고 있는 것. 영문으로 논문이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서다. 해외 대필 작가는 케냐,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영어에 익숙한 다양한 국적의 대학 졸업자들이다. 이들은 “어떤 형태의 글이든 대필해 준다”고 홍보한다. 임재균 한국대필작가협회장은 “해외 대필 작가가 원고료를 받은 후 연락이 두절되는 사건이 종종 벌어지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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