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소희만의 이야기 아니다… 분노서 끝나지 말고 개선 논의 필요”

영화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은 이날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말 한국적인 이야기여서 외국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보편성 아니겠나. 그 어린아이가 겪은 힘듦을 다 함께 이해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 감독은 첫 장편영화 ‘도희야’로 2014년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도 올해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두 장편영화가 모두 칸의 선택을 받은 것. 특히 한국영화가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영화도 초청돼 많이 놀랐다”며 “첫 영화를 만든 뒤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열심히 하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귀 기울여 준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번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정 감독은 콜센터 상담사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3 소녀 이야기를 추적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본 뒤 시나리오를 썼다.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었다. 그는 “영화를 만들려고 취재를 하는데 기가 막혔다. 어떻게 내가 이렇게 모르고 있었나 싶었다”며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도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걸 봤을 때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영화에선 형사인 유진(배두나)이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어른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착취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난다.
제목이 ‘다음 소희’인 이유는 뭘까. 그는 “비단 소희만의 이야기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객들이 분노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마음에 남았으면 합니다.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영화 밖에서 이뤄지길 바라고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요.”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