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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안돼요?’ 대신 ‘돼요?’라고 물어보세요”

입력 2022-05-24 03:00업데이트 2022-05-2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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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표현의 감각’ 출간 한경혜 작가
미묘한 언어 차이 따른 변화 그려
‘부정어’보다 ‘긍정어’ 많이 쓰려해
“적확한 표현으로 재미주는 글 쓸 것”
소설 ‘표현의 감각’은 햇살과 햇빛 햇볕, 성질과 성격 성정 등 각 단어가 지닌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짚는다. 작사가로 일한 한경혜 작가는 “가사는 짧은 문장 안에 기승전결을 담아야 하기에 단어를 적확하게 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한경혜 작가 제공
머플러가 예쁘다는 세연의 칭찬에 이웃주민 희란은 ‘줄까요?’가 아니라 ‘가질래요?’라 묻는다. ‘가질래요?’라는 말은 받는 사람의 마음을 더 편하게 한다고 느낀 세연은 희란이 타인을 배려하는 대화가 몸에 익은 사람임을 직감하고 호감을 갖는다.

18일 출간된 ‘표현의 감각’(애플북스)은 미묘한 언어의 차이가 불러오는 관계 변화를 그린 장편 소설이다. 언어에 민감한 여성 디자이너 세연이 감각적이고 정확한 말을 사용하는 회사 대표에게 끌리고 그와 연인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과 ‘점점’,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비롯해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사를 쓴 작사가 출신 한경혜 작가의 작품이다.

21일 전화로 만난 한 작가는 “예전엔 노래 가사가 멜로디 없이 그 자체로 읽는 재미가 있고 시처럼 낭송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귀에 꽂히는 게 중요해지다 보니 한글 파괴가 심각해졌다”며 “비유와 묘사의 실종, 언어 파괴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던 차에 적확한 단어 사용에 대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에 질문을 던진다. 세연은 의견을 말할 때 ‘∼것 같아요’라고 표현하는 게 싫다. 확신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걸 인식한 것. ‘몹시’나 ‘무척’, ‘상당히’와 같은 다양한 부사가 있는데도 부정적 상황을 강조하는 ‘너무’만 사용하는 언어 습관에도 불편함을 느낀다.

“예전에 노래 녹음을 하던 중이었어요. 한 후배가 ‘커피 마셔도 돼요?’라고 묻는데 그 말이 정말 예쁜 거예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후배가 ‘그 부분 들어보면 안 돼요?’라고 부정어로 묻기에, ‘너도 ‘돼요?’라고 물어 봐’라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선 부정어가 지나치게 많이 쓰여요. 전 긍정어를 쓰려고 해요. 작가는 세상에 말을 거는 직업인데 기왕이면 긍정적으로 말 거는 게 좋잖아요.”

‘표현의 감각’은 소소한 표현을 맛깔 나게 살리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 읽는 재미도 크다. 그는 2004년 단편소설 ‘비행’으로 등단한 후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다. 작사가일 땐 음악을 언어로 해석한 글을 써야 했지만 지금은 원하는 소재의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독서는 제2의 창작행위’라 생각하는 그는 문학상 수상작을 빠짐없이 읽고, 독서를 할 때 메모지를 옆에 두고 생경한 단어,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 문장을 적는다.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면서도 재밌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맞춤법이 틀려도 독자들은 책을 읽고, 팬들은 앨범을 사요. 전 그게 싫어요. 작사가나 작가는 언어를 도구로 쓰는 사람이기에 그 도구만큼은 제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확하게 표현하면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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