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중진국 함정에 빠진 中, 도농격차 해소가 답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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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중국/스콧 로젤 등 지음·박민희 옮김/356쪽·1만8000원·롤러코스터

“이 마을에서 18∼40세의 건강한 남성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100위안을 드리죠.”

저자가 과거 중국 농촌지역에 데려간 미국 학생이나 연구자에게 농담처럼 이 말을 했을 때 해당하는 남성을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상황은 변했다. 농촌 곳곳에서 젊은 남성들이 발견됐다. 대부분 도시에서 일하다가 일자리를 잃고 반강제로 귀향한 이들이다.

중국은 1991∼2018년 27년간 경제성장률이 연 6%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2019년 경제성장률은 6.1%. 1990년 3.9% 이후 최저치였다. 2020년엔 팬데믹 여파로 2.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엔 8.1%였지만 분기별로 보면 1분기(1∼3월) 18.3%에서 4분기(10∼12월) 4%로 곤두박질치는 양상이다. 저자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급격한 부상 뒤에 숨겨진 엄청난 약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가난한 농촌 출신의 저학력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을 내세워 해외 기업을 유치했고 이들에게 의존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이 오르자 기업들은 또 다른 저임금 시장인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겼다. 여기에 자동화 기술까지 더해져 농촌 출신 노동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저자는 중국이 한국 같은 고소득 국가가 되려면 ‘보이지 않는 중국’인 농촌지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진국형 단순 제조업에서 탈피해 고생산성, 혁신 기반 경제로 전환하려면 중국 인구의 64%를 차지하는 농촌 인구를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 농촌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도시 어린이들과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고급 인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주저자는 40년 넘게 중국을 연구해온 미국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 중국을 잘 아는 비중국인인 만큼 그의 제언은 깊이 있고 냉철하다.

“중국이 잘돼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은 반중 정서를 지닌 이들에게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흘려들을 수만도 없는 얘기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중진국 함정#도농격차 해소#보이지 않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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