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타인과 함께 부대끼며 감정에 공감하는 장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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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연출가 이준우 인터뷰
제5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수상
영화 찍다 배우 궁금해 연극 입문
“재미-개성 사이서 중심 잡는 게 목표”

연출가 이준우의 연극은 쉽고 직관적이지만 단순하진 않다. 난해한 텍스트를 무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희곡의 주제를 하나하나 풀어 무대에 반영하려 애쓴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연출가 이준우의 연극은 쉽고 직관적이지만 단순하진 않다. 난해한 텍스트를 무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는 “희곡의 주제를 하나하나 풀어 무대에 반영하려 애쓴다”고 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연극 ‘왕서개 이야기’ ‘무순 6년’ ‘수정의 밤’에 역사 속 피해자들을 등장시켜 용서와 회복이란 묵직한 질문을 던져왔던 연출가 이준우(37)는 지난해 첫 추리극 도전에 나서 성공을 거뒀다. 제58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신인연출상, 제14회 대한민국 연극 대상을 받은 화제작 ‘붉은 낙엽’ 이야기다. 지난해 관람을 놓친 관객을 위해 다음 달 15∼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재공연된다.

토머스 H 쿡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붉은 낙엽’은 한 남성이 이웃집 아이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자신의 아들이 지목된 후, 내면에서 벌어지는 믿음과 의심의 경로를 추적한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22일 만난 이준우 연출가는 “연극은 배우와 인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붉은 낙엽’ 역시 아들을 의심하는 아버지란 중심인물에 집중하며 긴장감 있게 따라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그에 대해 ‘유행을 좇지 않고 정통 연극을 추구하는 젊은 연극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경로를 되짚어 보면 ‘정통 연극인’과는 거리가 멀다. 홍익대에서 영상영화를 전공한 그는 본래 영화감독을 꿈꿨다.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영화 ‘장례’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영화제에 출품됐다.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이 참 궁금했어요. 촬영장에선 배우와 소통하는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배우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국립극장 조연출 인턴 시험을 본 게 시작이 됐죠.”

연극은 배우와 스태프가 부대끼는 장르다. 연습은 물론이고 마지막 공연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혼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원래 저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어요. 근데 연극을 하면서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작업에서 보람도 느껴요.”

그는 올해 2편의 신작을 연출한다. 10월엔 체르노빌 사건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을, 12월엔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연극 ‘파우스트’를 올린다. 뮤지컬 연출은 처음이다.

“뮤지컬은, 연출은커녕 많이 보지도 못했어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하는데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역사극, 추리극, 심리극….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 온 그의 요즘 고민은 ‘연출가로서의 개성’이다. ‘왕서개 이야기’ ‘붉은 낙엽’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면서 역설적으로 고민이 시작됐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연극을 만들수록 창작자로서의 제 색깔을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해요. 재미와 개성, 둘 사이에 중심을 잡는 게 목표인데…. 아직 참 어렵습니다.”

전석 2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연극#이준우#붉은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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