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 사라진 공연계… 출연배우 확진에 줄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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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예산 빠듯해 대역 안두고
배우중심 티켓구입 문화도 한몫

출연 배우들이 코로나19에 확진돼 당초 예정된 공연 전체 회차 중 절반 가까이가 취소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 국립극단 제공
출연 배우들이 코로나19에 확진돼 당초 예정된 공연 전체 회차 중 절반 가까이가 취소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 국립극단 제공
19일 국립극단 홈페이지에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의 공연이 21일부터 나흘간 중단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출연 배우가 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엔젤스…’ 공연이 취소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해 공연이 취소된 후 출연 배우들이 줄줄이 확진돼 지금까지 공연이 재개되지 못했다. ‘엔젤스…’는 별도의 대역 배우를 두지 않고 있어 1명이라도 확진되면 공연을 올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총 28회 차 공연 중 절반에 가까운 12회 차 공연이 취소됐다.

최근 공연계에서 ‘엔젤스…’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역 배우를 두지 않아 출연 배우가 확진되면 공연 자체가 바로 취소되는 것이다. 연극, 뮤지컬에선 돌발 상황에 대비해 대역을 두는 게 관행이지만 최근엔 그런 공연이 드물다고 한다.

5일 개막한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도 10일부터 5일간 공연이 취소됐다. 대역 없이 휘 역을 단독으로 맡은 배우 윤태호가 코로나19에 확진됐기 때문이다. 창극 ‘리어’ 역시 출연 배우의 확진으로 개막이 17일에서 20일로 미뤄져 4회 차 공연이 취소됐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한정된 단원이 여러 공연에 서야 하는 창극단 구조상 별도의 대역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더스터디’, ‘커버’ 등 대역을 뜻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연계에서는 대역을 두는 게 보편적이었으나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연극계에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대역을 둘 여건이 되는 극단이 거의 없다. 민간 극단은 물론이고 국립극단도 마찬가지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예산이 빠듯해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엔젤스…’는 공연 시간이 4시간이 넘어 배역마다 대역을 두기 어려웠다”고 했다.

배우 중심으로 티켓을 구입하는 관람 문화도 한몫한다. 우리나라에선 특정 배우를 보고 티켓을 사는 관객이 많아, 사정이 생겨 더블캐스팅된 다른 배우가 출연하면 취소표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더블캐스팅 배우가 나오는 공연도 취소하는데 커버 배우가 무대에 선다고 하면 더 많은 취소표가 발생해 커버를 두지 않는 제작사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공연계#출연배우 확진#대역 부재#줄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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