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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선거 천재’와 야당후보의 만남…설경구 “故김대중 모티브 역, 부담 컸다”

입력 2022-01-20 14:16업데이트 2022-01-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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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총선을 앞둔 전남 목포. 김운범 신민당 후보(설경구) 측 관계자들은 김운범의 참모 서창대 지휘 아래 여당인 민주공화당 선거운동원으로 위장한다. ‘가짜 여당 사람’들은 여당이 주민들에게 살포한 와이셔츠와 고무신 등을 거둬들인다. 이른바 ‘줬다 뺏기’ 전략. 여당에 대한 주민들의 민심은 악화된다. 김 후보 측은 거둬들인 물건에 ‘신민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띠를 새로 두른다. 이를 다시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돈 하나 들이지 않고 금품을 주고 민심까지 얻은 것. ‘선거 천재’ 서창대가 짜낸 각종 전략에 목숨 바쳐 민주주의를 지키겠는 김운범의 명연설이 더해지면서 김운범은 6대에 이어 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킹메이커’는 정치인 김운범과 그의 그림자로 불리며 기상천외한 선거 전략을 펼쳤던 참모 서창대 이야기를 다루는 정치 드라마다. 가명을 내세웠지만 김운범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을, 서창대는 그의 선거 전략가였던 고 엄창록 씨다.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설경구는 “DJ는 누구나 아는 존경 받는 인물이어서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컸다”라며 “역할 이름도 원래는 김대중이었는데 변성현 감독에게 이름이라도 바꾸자고 계속 요청했다. 이름을 바꾸니 조금 나아지긴 하더라”라고 말했다.

영화의 뼈대는 실화 그대로다. 극중 당내 비주류였던 김운범은 서창대의 전략에 힘입어 1971년 신민당 경선에서 당내 주류이자 40대 기수론 선두주자였던 김영호를 꺾고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파란을 일으킨다. 실제 제7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의원과 DJ의 맞대결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되 베일에 가려진 엄창록의 승리 전략과 당내 뒷이야기 등은 상상을 더하는 방식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살려냈다.

설경구는 큰 부담감을 호소한 것과 달리 DJ가 1960~70년대 합동연설대회 등에서 연설할 때의 제스처와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특유의 말투 등 약간의 모사를 가미해 DJ를 그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냈다. 그는 “DJ를 모사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라며 “나와 DJ의 중간지점에서 타협해 만든 캐릭터가 김운범”이라고 했다.

극중에서 서창대는 수차례 김운범을 선거에서 승리로 이끌지만 두 사람의 소신은 번번이 부딪힌다. 서창대의 소신은 “돈을 벌든 표를 벌든 다를 바 없다. 대의를 이루려면 일단 이겨야 한다”는 것. 그러나 김운범은 “우리는 정치인이지 장사치가 아니다. 정의가 바로 사회 질서”라며 정도를 고집해 그와 대립한다. “독재를 타도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목표는 같기에 두 사람은 손을 잡지만 이들의 동행엔 불안함이 도사린다.

김운범에게는 빛이 비추는 반면 서창대는 어둠에 갇힌 것처럼 표현해 두 사람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등 영화에는 빛과 그림자을 활용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다. 대선 후보 경선 당일 치열한 심리전과 누가 누구의 심리를 압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계단을 활용한 장면 등 영리한 연출력이 빛나는 장면도 있다. 멀게는 60년 전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 같은 세밀한 연출력 덕분에 어떤 영화보다 세련미가 넘친다.

다만 서창대의 다소 원초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김운범은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그려지는 등 영화가 DJ를 미화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DJ의 정치 일생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과 맞물리면서 이같은 논란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감독은 영화 후반부 당시 군사정권의 청와대 ‘이실장’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이 내뱉는 대사로 각 진영이 생각하는 정의는 다를 수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실장은 서창대를 향해 “당신의 대의가 김운범이면 나의 대의는 각하”라고 말한다. 당시 여당이나 청와대 인사들 역시 극단적인 악인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배우 이선균은 최근 화상인터뷰에서 “대선과 개봉 시기가 겹치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는 뜨거운 머리싸움, 선거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를 직접 보신다면 누군가를 미화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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