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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교육 전문가가… 나이 50에 ‘부시파일럿’ 자격증 딴 까닭은

입력 2021-12-27 03:00업데이트 2021-12-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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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우다’ 펴낸 폴 김 인터뷰
교육 소외지역 아이들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 기획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험한 오지라도 날아갈 거예요”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 부학장은 “곧 사회에 나갈 한국 대학생들이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 가장 기운이 빠진다. 한국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더 믿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빛비즈 제공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아무리 험한 오지라도 날아가고 싶었어요.”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 겸 최고기술경영자(51)는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 대중교통으로 닿지 않는 곳까지 방문하려면 스스로 경비행기를 조종해 이동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교육 전문가인 그는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에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야기를 엮어 최근 ‘다시, 배우다’(한빛비즈·사진)를 펴냈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하늘을 날고 싶어진 걸까.

폴 김은 오랫동안 교육 소외지역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비영리 국제교육재단 ‘시즈 오브 임파워먼트(Seeds of Empowerment)’를 설립하고 르완다, 콜롬비아 등 저소득국 아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책으로 엮는 ‘1001 스토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가 개발한 모바일 기반 학습모델 ‘스마일 프로젝트’는 2016년 유엔 미래교육혁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오지의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교육봉사를 하기 위해 2018년부터 본격적인 조종사 훈련에 들어갔다. 지형과 대기상황을 육안으로 확인하며 항공기를 조종하는 시계비행 자격증을 이듬해 11월 따냈다. 이것만 있어도 부시 파일럿(bush pilot·북미 관목지대 등 오지를 비행하는 조종사)이 될 수 있지만 올 4월 계기판만 보고 조종할 수 있는 계기비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는 “무조건 칭찬으로 용기를 불어넣어준 23세 교관부터 따끔한 질책으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한 ‘네거티브 교관’까지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났다. 나이가 들어 학생 역할을 하려니 쉽지 않았다”며 웃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야간 비행 훈련에 나선 첫날 공중에서 갑자기 기내 전원이 나가버린 것. 무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아 ‘메이데이’를 요청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착륙했지만 그는 “인생은 교과서나 매뉴얼에 없는 일들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부시 파일럿이 된 그는 올해 직접 경비행기를 몰고 멕시코 오지를 다녀와 2021년을 ‘부시 파일럿 인생의 원년’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에게 지난 3년은 경비행기 조종술을 배우는 시간인 동시에 인생을 성찰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훈련 과정에서 ‘나는 과연 올바른 곳에 있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됐다는 것.

“경비행기 중 ‘세스나’라는 모델이 있어요.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영 힘을 못 쓰지만 고도가 적당한 곳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기에 파일럿들이 가장 애용하는 모델이죠. 사람도 타고난 역량이 모두 다르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가기만 한다면 모두가 큰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도 저와 학생들의 ‘올바른 곳(right place)’을 찾기 위해 계속 나아갈 생각입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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