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 목소리로 돌아온 ‘재즈계 인상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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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6집 ‘Love, Like A Song’
영어 대신 우리말 가사 비중 늘려
“에두르지 않고 감정 정면으로 응시”

20일 경기 파주 자택에서 만난 재즈 보컬 이부영 씨는 “한국어 작사와 편곡을 통해 재즈 음악가로서 정면승부를 했다. 언젠가 한국 재즈의 스탠더드(고전)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일 경기 파주 자택에서 만난 재즈 보컬 이부영 씨는 “한국어 작사와 편곡을 통해 재즈 음악가로서 정면승부를 했다. 언젠가 한국 재즈의 스탠더드(고전)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너무 묘해요…. 근데 좋아요.”

집 앞 편의점 직원의 짧은 리뷰에 ‘이거면 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0일 만난 재즈 보컬 이부영 씨(51)는 “유달리 친절한, 그러나 재즈는 잘 모르는 그분의 감상에 요즘 너무 힘이 난다”며 활짝 웃었다.

이 씨가 최근 사랑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한 6집 ‘Love, Like A Song’을 내놨다. 황덕호 재즈 평론가는 이 씨를 한국 대표 인상주의 재즈 보컬이라 칭한다. 뭉게구름 같은 목소리와 오묘한 화성 전개의 2인무는 스피커 위로 종종 드가의 ‘발레수업’이나 모네의 ‘수련’ 같은 이미지를 피워 올린다.

‘이름도 모르는 여름 나무들이 별을 바라보던 어느 날….’

신작 수록 곡 ‘Beautiful L’의 첫 대목 역시 그러하다. 그 음악 세계에 변화도 감지된다. 영어 가사가 주를 이루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직접 지은 한국어 가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제는 영어로 에두르지 않고 거울을 정면으로 응시하려고요. 신작에 제 감성, 감정, 프라이버시를 다 털어 내놨어요.”

첫 곡 ‘연인인가2.6’은 2집의 ‘연인인가?’, 4집의 ‘연인인가 1, 2’의 연장선 같은 곡. 이 씨는 “내 인생에서 안 풀리는 게 연애다. 도대체 사랑이 뭔지, 버전으로 치면 2.5는 넘은 것 같고 여전히 3에는 못 미치는 듯한, 알 수 없는 사랑에 관해 노래했다”고 말했다.

“저는 순간에 너무 충실한 사람이에요. 음악이든 삶이든 그 순간들의 흐름에 관심이 많답니다.”

이 씨는 노을이 예쁜 경기 파주의 전원 빌라에 산다. 주위에선 “그 돈으로 일산에 아파트를 샀어야지!”라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의 투자처는 늘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씨의 노을 같은 인상주의는 삶의 태도에서 기인했는지도 모르겠다.



파주=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부영#우리말 가사#love#like a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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