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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뒷날개]아이들이 보여준 자기 이야기의 힘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논픽션팀 과장
입력 2021-10-02 03:00업데이트 2021-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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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멘탈헬스코리아 피어·스페셜리스트 팀 지음/284쪽·1만5000원·마음의숲
인문 분야 출판편집자들끼리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주제가 있다. 출판계의 대세이자 시대의 흐름인 ‘자기 이야기’다. 신간 발행 종수는 늘어나지만 전체 매출액은 줄어들고 있다. 책이 아니어도 누구나 유튜브에 자기 이야기를 실을 수 있을 때 인문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로 시작하는 전통적인 ‘남 이야기’는 또 어떻게 편집해야 좋단 말인가?

이 책은 7명의 청소년이 자신의 우울증 경험에 대해 쓴 에세이다. 심리 분야 화제의 에세이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반비), ‘젊은 ADHD의 슬픔’(민음사)과의 차이는 저자의 연령에 있다. 성인 저자가 주를 이루는 출판시장에서 드물게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고통과 회복에 관해 직접 이야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들은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토대로 고통받는 타인을 돕는 사람을 뜻하는 이른바 ‘동료 지원가’(피어 스페셜리스트)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흔히 말하지만, 정신질환이 있거나 자해, 자살 시도를 했던 그들만의 경험에 근거해서 ‘아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저자들은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자살, 자해 예방 강연을 펼치고 있다. 문제가 가장 많이 발병하는 청소년 시기에 조기 개입해서 공동체의 정신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목표다.

자기 이야기의 필수 요소는 동료 이야기라는 역설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해했다. 저자들이 겪은 정신적인 고통은 가정폭력, 학교폭력, 가족의 죽음, 입시 실패 등 저마다 다른 상황에서 촉발됐지만 괴로울 때 누군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주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부모는 심리상담을 꺼리고, 상담사는 공감하는 법을 모르고, 선생님은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다그칠 때 고통은 반복된다. 이때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당사자 이야기를 경청하며 학교 내 위기상담실로 함께 가주는 아픔의 동료들이 존재한다. 저자들이 묘사하듯 자기 이야기를 처음으로 끝까지 들어줘 소매가 푹 젖을 정도로 울게 해준 친구라는 ‘강’이다. 동료 지원가란 이처럼 손을 잡아준 사람을 기억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실천가다.

최근 국내 출판시장에는 남 이야기를 남의 이론을 통해 비판하는 형식의 인문서가 많다. “이러저러한 이론에 따르면 요새 사람들은 문제가 많다”는 식 말이다. 이런 형식의 문제점은 그 요새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을뿐더러 막상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일기장이나 술자리로 미뤄진다는 데 있다. 이런 폐색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이야기를 써야 한다. 자기만의 문제를 꺼내놓고, 그 문제를 이해하는 동료에게 배우고, 그렇게 배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형식. 이것이 일곱 명의 저자가 해냈듯 솔직하게 좋은 책을 쓰는 방법 아닐까.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논픽션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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