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국민학교’ 4학년이 된 첫날, 여학생 함박꽃은 고민한다. 자기소개를 하면 이름 때문에 늘 놀림을 받으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앉아있는데, 경상도에서 전학 온 남학생 창우가 사투리로 인사하자마자 아이들은 킥킥거린다.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말을 이어가는 창우가 멋져 보인다. 함박꽃처럼 창우도 안경을 낀 게 반갑다. 이전까지는 반에서 안경 낀 아이는 함박꽃이 유일했다. 함박꽃과 짝이 된 창우는 벌로 화장실을 청소하는 함박꽃을 도와주고 아픈 날은 가방도 들어준다. 그럴 때마다 함박꽃은 가슴이 뛴다.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를 아이들이 쫓아다니고, 번데기를 사서 친구와 아껴가며 나눠 먹는 등 1970년대 풍경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져 흥미롭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함박꽃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티격태격하지만 차츰 마음을 풀고 서로를 보듬는 아이들의 모습이 맑고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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