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또 견제당하다…빌보드 1위는 ‘풀뿌리 연대’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8일 0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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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또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견제당했다.

세계 팝의 본고장인 미국 빌보드의 양대 차트 ‘빌보드 200’과 ‘핫100’ 정상을 휩쓸며 K팝뿐만 아니라 세계 대중음악계 역사를 바꿔놓고 있는 팀이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처음 ‘핫100’ 1위에 올랐을 때부터 일부에서 이들의 성과를 평가절하하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방탄소년단이 거둔 성과는 일부 팬덤의 압도적인 음원 다운로드에 기반할 뿐이라는 것이다.

핫 100은 음원 다운로드뿐만 아니라 실물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숫자, 라디오 방송(에어플레이) 횟수 등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긴다.

방탄소년단이 대중성이 기반인 스트리밍과 에어플레이 점수에서 뒤지는 데, 일부 팬들의 화력으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차트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편에서 시비의 불씨를 키우는 가운데, 최근 방탄소년단이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로 핫100에서 10주 연속을 하자 강경론자들이 기름을 끼얹고 나섰다.

여기에 빌보드가 총대를 멨다. 최근 방탄소년단과 인터뷰에서 빌보드는 미국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의 팬들이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ARMY)’가 차트 순위를 조작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관련 질문을 했다.

실제 미국 현지에선 로드리고 팬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에게 현지 가수들이 계속 밀리자, 온라인에 비슷한 주장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차트 점수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어플레이 점수가 여전히 아시아 가수에게 높은 벽인 상황에서, 음원 다운로드는 아미 팬덤의 ‘최소한 방어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지난달 게재한 ‘왜 미국 라디오 방송국은 K팝을 더 많이 재생하지 않는가?’라는 기사에서 K팝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현지 라디오에서 들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제외하고 스포티파이의 상위 10개 K팝 아티스트들이 미국 에어플레이에서 의미 있는 점수를 얻기 여전히 힘들다며, 미국 라디오가 K팝 재생을 꺼리는 건 궁극적으로 ‘외국인 혐오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2월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의 타이틀곡 ‘온(On)’은 한국어 기반의 노래로, 에어플레이 점수의 지원을 거의 얻지 않고도 ‘핫100’ 4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이후 같은 해 8월 발매한 첫 영어곡 ‘다이너마이트’를 콜롬비아 레코드를 통해 유통시킨 이후에야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팬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운로드를 통한 ‘풀뿌리 연대’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팬덤으로 인한 빌보드 차트 조작과 관련 질문에 “곡 판매와 다운로드로 1위를 했다는 것으로, 저희와 저희 팬들을 비난하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이 밴드이고 K팝 그룹인 데다 높은 팬 충성도를 가졌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사실 다운로드만으로 ‘핫100’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차트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뮤직 신영재 대표는 빌보드에 “미국 시장이 다운로드만으로 1위를 손쉽게 거머쥐는 곳이 아니다. 많은 측면에서 방탄소년단 노래의 영향력은 나타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에선 방탄소년단이 음원을 정가 1.29달러가 아닌 그 절반 가격인 0.69달러에 판매했던 점도 문제 삼는데 현지 가수들도 진행한 방식이다.

오히려 방탄소년단은 적극적인 프로모션 바깥에 위치해 있다. 작년 빌보드가 굿즈 등이 포함된 번들 음반 판매량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을 당시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의 투명성과 진정성을 추어올린 바 있다.

방탄소년단이 한곡에 대한 여러 리믹스를 내는 편법을 사용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 역시 이들에 한정된 프로모션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가수들이 참여하는 리믹스는 해당 가수의 위상을 확인하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7일 발매된 ‘버터’ 리믹스엔 미국 스타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이 참여한 것이 예다. 그녀는 갈등을 빚고 있는 음반사의 방해에도 방탄소년단과 협업하고 싶다며 법원의 긴급 구제 요청을 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커지는 것과 비례에 현지에서 각종 견제가 나오자 소속사 하이브 측에서도 조용히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월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속한 미국 가요 기획사 이티카 홀딩스를 인수한 나선 것이 보기다. 맞서기보다는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녹아들어가자는 현명한 방법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팝계 한편에서는 빌보드 차트에 반영되는 음원 다운로드 점수의 비중을 낮추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막강한 아미의 화력을 우려해서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K팝의 다른 그룹들도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다.

RM은 빌보드에 “(차트 관련) 규칙을 변경하고 스트리밍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은 빌보드 스스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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