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미나리 이후 K문학 수출 뜨거워… 시각과 소재 독창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6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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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문학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
국제 문학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
1일 윤고은 작가가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문학의 세계 진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한국 문학이 해외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됐지만 최근엔 세계 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책 판권이 여러 나라에 팔리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한국문학 전도사’로 불리는 국제 문학 에이전트 바바라 지트워(54)를 20일 화상으로 만나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 상황과 전망을 들었다.

―세계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성과를 알려 달라.

“한국 작가 중에 정유정 김영하 김언수의 작품이 해외 판권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특히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는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최근 상을 수상한 윤고은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 역시 해외 판권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 문학이 세계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보나.

“이미 한국 문학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한국 작품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고 있다. 앞으로 한국 작가가 세계 시장에서 상업적 성공을 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보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대중문화에 비해선 한국 문학의 성과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2년 연속 아카데미 시상식을 흔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이 덕에 한국 문학을 찾는 영미권 독자들도 늘어났다. 미국 할리우드 영상 제작사들이 한국 문학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한국 문학의 어떤 점이 세계 시장에서 매력적인가.

“한국 작품엔 운명론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정유정 장편소설 ‘종의 기원’의 주인공은 연쇄살인마, 김언수 장편소설 ‘설계자들’의 주인공은 암살자가 될 운명을 타고난다. 또 한국 작품엔 진실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등장인물이 끝내 진실에 가 닿지 못할지언정 책을 덮은 후에도 깊게 생각할 만한 질문과 여운을 남긴다. 명확히 결론을 내버리는 할리우드식 결말에 익숙한 영미권 독자들에겐 생소하고 매력적인 서사다.”

―한국의 순문학과 장르문학 중 어떤 것을 해외 출판사가 선호하나.

“특정 장르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최근 한국 작가들의 스릴러, 미스테리, 공상과학(SF) 작품이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이 작품들이 인정받은 건 시각이나 소재가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미권에선 작품의 정체성이 명확하기를 바라는 흐름이 있는 만큼 각 작품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판매할 수 있는지에 따라 상업적 성공의 99%가 결정된다.”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한국 작가들은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도전했기 때문에 출판사 한 곳에 판권을 판매하기보단 작품에 따라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해야 한다. 최근 영미권 출판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중시하는만큼 작가들이 SNS에서 활발히 활동한다면 영미권 독자들에게 직접 어필하는 접촉점이 늘어날 것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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