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사마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현대미술의 아이콘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의 유명 미술관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가 연달아 열리고 있으며 경매 현장에서도 그의 작품이 늘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 또한 끝없는 찬사를 보내며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한다. 무엇이 쿠사마를 이토록 세계적인 예술가로 만들었을까?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기까지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콜론비아츠 갤러리는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쿠사마 아카이브(KUSAMA ARCHIVE)’ 전을 기획, 온라인 전시를 진행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그동안 한국에서 개최된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에서는 주로 대표작인 ‘호박’ 시리즈 조각 작품이나 물방울 무늬, 그물 패턴 등이 그려진 회화 작업들이 선보였다. 콜론비아츠 갤러리는 이러한 작품들 그 자체보다는 ‘그 배경’에 주목했다. 역사를 가지지 않는 작품은 없듯 쿠사마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드러난 아카이브 자료들은 그녀의 치열했던 예술 인생을 한눈에 조망하게 해준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예술 활동을 통해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치열하게 분투한 쿠사마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929년 일본 나가노에서 태어난 쿠사마는 혈혈단신으로 1957년 미국으로 건너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1973년 일본으로 돌아왔다. 신주쿠의 작업실에서 마지막 작품 활동에 매진하다 이후 도쿄 세이와 정신병원에 종신 환자로 입원해 있다.
이번 전시는 미국에서의 젊은 시절부터 일본에 귀국한 현재까지 삶의 여정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 포스터, 책, 잡지, 사진 등의 오리지널 인쇄물과 컬래버레이션 아트상품, 조각 등의 오브제들로 구성됐다.
다양한 아카이브의 수집의 주인공은 화학 계통 중견기업을 이끌고 있는 위승용 씨(54)다. 그는 2012년 쿠사마와 루이비통과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콜렉션을 본 후 쿠사마의 작품세계에 매료돼 그 후 쿠사마에 대한 본격적인 수집에 집중했다. 위씨는 “미국에서 생활했던 지인들, 일본에 유학중인 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한 점, 한 점 수집하였는데 이제 총 300여 점이 이른다”라며 “책이나 잡지 등 쿠사마에 관련된 자료들은 지금도 업데이트 중”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미술 수집가들이 투자 가치 등을 목표로 작품 중심으로 수집하는데 비해 쿠사마라는 작가에 집중해 그의 인생의 흐름을 따라 수집을 펼치는 점이 흥미롭다. 위 씨는 “1973년 미국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후 1989년에 뉴욕 CICA 미술관에서 전시하기 전까지 쿠사마는 스캔들의 여왕으로 비난의 중심에 서있었다”라며 “긴 시간을 무명과 다름없는 여성 작가로 세월을 보냈지만 쿠사마는 결국 유명해졌고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실패와 포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늘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결국 이뤄진다는 것을 지금의 살아있는 쿠사마가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콜론비 아츠 갤러리의 안선영 대표는 “쿠사마는 세계적인 기업과의 콜라보, 비엔날레, 갤러리 전시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지만, 모든 작품들에서 일관성을 유지했다”며 “여러 물줄기가 모여 강을 이루듯, 모든 수집품도 일관된 색깔과 흐름을 보여 아카이브 자체가 하나의 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술품을 왜 수집하는가’, ‘누가 미술품을 사는가’라는 질문부터 ‘동시대 미술 수집가의 역할’에 대한 다소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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