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티팝 시조새’ 김현철, 처음으로 ‘全曲 시티팝’ 앨범낸다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6-10 03:00수정 2021-06-1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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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집 ‘City Breeze &…’ 14일 발매
발라드 한곡도 없는 앨범 처음… 새벽에 차로 한강변 달려보고
도심 근무 사회초년병 떠올려
30년전 노래가 재조명 열풍… 요즘 음악하는게 참 재밌어요
7일 만난 가수 김현철은 신곡을 쓰며 집 전화, 손 편지 한 통에 남녀가 엇갈리던 시절의 연애영화를 몇 편 봤다고 했다. 3번 곡 ‘눈물이 왈칵’에 나오는 ‘이런 나를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마요’ 같은 가사는 그 흔적이다. 그는 “옛날 얘기 하면 아재라고들 하죠. 허나 아재 문화도 중요한 문화예요”라며 웃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시티팝 시조새’ 김현철(52)이 2년 만의 정규앨범을 ‘완전 시티팝’으로 무장했다.

11집 ‘City Breeze & Love Song’(14일 발매·사진)에 담길 7곡을 미리 들으며 상상의 강변 드라이브를 했다. 스피커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음표의 산들바람은 소파에 앉은 몸을 도시의 스카이라인 위로 올려줬다.

“발라드가 한 곡도 없는 앨범은 처음 만들어 봐요. ‘오랜만에’ ‘동네’ ‘왜 그래’의 시원한 사운드에만 집중했거든요. 미디엄템포, 16비트 리듬, 장조…. 시티팝의 공식 안에서 최선을 다해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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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녹음스튜디오에서 최종 믹스 작업을 하던 김현철의 얼굴에는 내내 흡족한 표정이 그윽했다.

젊은층에 불어닥친 ‘시티팝’ 장르 재조명 열풍을 타고 김현철이 13년의 공백을 깨부순(2019년 10집 ‘돛’ 발매) 지 2년 만이다. ‘젊은이들이 왜 내 음악을 다시 찾나’ ‘시티팝이 뭔가’ 하며 당황해하던 김현철은 한때 시티팝이란 단어에 거부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시티팝을 한번 품어보기로 했다. 10집 ‘돛’에 발라드, 포크 등 여러 장르를 담은 것과 달리 11집은 전곡 시티팝 음반으로 기획한 것. 짐 슈밋, 닐슨 앤드 피어슨 같은 1970, 80년대 미국 AOR(앨범-오리엔티드 록)를 찾아 들으며 감성을 더 벼렸다.

“새벽에 차를 몰고 나와 한강변이나 광화문 사거리를 달려보기도 했죠. 도시의 텅 빈 야경 위로 낮의 분주한 풍경도 떠올려 봤고요.”

첫 곡 ‘City Breeze & Love Song’은 도시의 아침 소음으로 시작한다. 악기의 표면이 만져질 듯 청량감이 폭발하는 관악 섹션, 후렴구에 터지는 펑키한 당김음, 그리고 감미로운 멜로디의 향연….

“어쩌면 전 늘 이런 앨범을 꿈꿔 왔는지도 몰라요.”

‘누군가가 좋으면/흑백은 컬러가 되고’라 노래하는 2번 곡 ‘So Nice!!’, 입꼬리도 목소리도 ‘승천’하는 연애의 마법을 그린 6번 곡 ‘Take Off’는 그의 말대로 “연애 장려 송(song)”으로 제격이다.

“20대 중후반에 광화문 같은 도심에 근무하는 사회 초년병을 노래의 주인공으로 상정했어요. 혼란한 도시 속에서 만난 설렘의 대상, 즉 ‘너’라는 존재는 미풍이자 복잡함 속의 아름다운 질서일 테죠.”

‘춘천 가는 기차’를 감싸던 신시사이저, ‘동네’의 펑키 리듬, ‘왜 그래’의 관악 섹션의 환영을 음반 곳곳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다. ‘So Nice!!’에는 아예 ‘오랜만에’의 기타 솔로 일부를 그대로 넣었다.

“제 음악에 30여 년간 흐른 DNA를 암시하고 싶었거든요.”

요즘 김현철의 인생철학은 4번 곡 ‘평범함의 위대함’에 다 담겼다. ‘아무렇지 않은 날에/아무렇지 않게 걸어 … 무리해서 앞서 걷지 않음/편한 음악 속에 한가로움….’ 김현철은 “좋은 집, 근사한 차, 유튜브 구독자가 없더라도 근근이 사는 소시민이 ‘짱’”이라며 웃는다.

13년 만에 돌아온 김현철의 미풍은 세다. 지난해 ‘Drive’가 블랙핑크 제니가 주연한 스마트폰 광고에, ‘오랜만에’가 배우 공효진의 커피 광고에 쓰였다.

“음악 하는 게 요즘 참 재밌어요. 앨범 낸다는 것의 의미를 이제 알 것 같아요. ‘지금의 나’를 기록하는 일이죠. 안 들어 주신대도 괜찮아요. 30년 전 낸 노래들이 돌아와 새로운 세대를 만난 것처럼, 지금 만드는 음악이 언젠가 제가 떠난 뒤에라도 어딘가 닿을지 모르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더 최선을 다하게 돼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김현철#시티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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