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미’도 모르는 BTS 무대 뒷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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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김상욱 지음·김윤주 그림/400쪽·1만4800원·달

저자는 방탄소년단의 데뷔 쇼케이스부터 스타디움 월드투어까지 도맡은 콘서트 연출가다. 따라서 책의 칠팔 할은 방탄소년단 콘서트 연출 뒷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외국어고교에 진학하고 언론고시를 보며 이곳저곳을 기웃대다 결국 연출자가 된 성공과 실패의 자기 성장담을 풀어내는 도입부부터 글쓴이의 세심한 관찰력과 정리 능력, 깔끔한 필력은 빛이 난다.

말 그대로 ‘깨알 같은’ 삽화도 책을 살린다. 에세이의 글맛에 만화적 재미를 곁들일 뿐 아니라 본문에 미처 못 담은 정보를 추가하며 이해를 돕는다.

더욱이 독자가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이런저런 ‘덕질’과 검색으로는 알기 힘든 멤버와 스태프의 후일담을 접할 수 있어 짭짤한 ‘팬심’ 부교재도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과 관련해 애초 계획한 연출 포인트와 의도에 대해 기획 단계에서 멤버들이 보인 반응, 실전에서는 얼마만큼의 성패를 거뒀는지 같은 것 말이다.

2018년 늦여름 서울 잠실주경기장 공연을 앞두고 태풍 북상에 두려워하는 마음, 미국 스태프들과 폭탄주를 마시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장면 등 스타도 팬도 아니지만 누구보다 콘텐츠에 애정과 열정을 쏟는 공연 팀의 희로애락을 좇을 수 있다.

케이팝이 세계로 뻗는 시기에 공연 연출가를 꿈꾸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지침서나 독려 에세이로도 괜찮다. 런스루 리허설, 리깅(공연 중 장치를 바꿀 수 있게 설치하는 것), FOH(Front of House·음향장비, 카메라 배치 공간) 같은 전문용어를 일별하며 ‘108개의 모터가 한 변이 1.8m인 36개의 빛나는 정삼각형을…’ 따위의 무대 디테일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지적 재미는 그들에게 상당할 것이다.

짧게 말하자면 한 인간이 케이팝과 함께 걸은 숨 가쁜 오르막길의 기록이다. 국내 작은 회사의 연출팀 인턴으로 출발한 저자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로즈볼, 런던의 웸블리 등 전 세계를 누비며 겪는 환희와 고난의 순간에 어느새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연출가#콘서트#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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