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벗어나 날아올라∼” 초록 마녀의 응원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2-24 03:00수정 2021-02-2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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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출연진 간담회
7년만에 ‘엘파바’로 돌아온 옥주현 “팬데믹 뒤 한국서 첫 공연 자부심”
정선아 “매일 새 역사 쓰는 듯”
남경주 “한칸 띄어 앉기 객석… 배우는 열연, 관객은 박수로 채워”
뮤지컬 ‘위키드’ 속 ‘글린다’ 역할의 정선아 배우(가운데)가 2막에서 ‘감사해(Thank Goodness)’ 넘버를 부르는 모습. 그는 친구와 약혼자를 잃은 뒤 슬픔을 감추며 ‘오즈’ 마을 사람들 앞에서 웃는 연기를 펼친다.작은 사진은 위에서부터 초록마녀 ‘엘파바’ 역할의 옥주현, ‘마법사’ 역할의 남경주, ‘글린다’ 역할의 정선아. 클립서비스 제공
무대 밖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불안한 마음을 지우기 힘들다. 객석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짝 당겨쓴 마스크 안으로 넘쳐 나오는 흥과 환호성을 꽉꽉 억누르고 참아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판타지다. 뮤지컬이 판타지를 심는 장르라면, 뮤지컬 ‘위키드’는 관객을 환상 속으로 깊고 깊게 끌어들이는 ‘딥 판타지’다. 고된 현실을 어설프게 흉내 내지 않아 더 매력적이다. 황홀한 넘버와 무대 세트로 무장한 작품은 관객을 동화 속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완벽히 옮겨놓으며, 잠시나마 가혹한 현실을 잊게 하는 마력이 있다. 무대에 서는 배우들도 한마음이다. “판타지로 당신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2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출연진 공동 인터뷰에서 배우들은 “공연이 이처럼 절실했던 순간은 없었다. 역경에 맞서 날아오르는 초록 마녀 엘파바처럼 긍정적 에너지와 위로를 객석에 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인터뷰에는 극 중 마법사 역을 맡은 남경주 배우의 사회로, 초록 마녀인 엘파바 역의 옥주현 손승연, 글린다를 연기하는 정선아 나하나, 피에로 역의 서경수 진태화 배우가 참석했다.

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 뮤지컬 위키드는 1995년 발표한 소설 ‘위키드: 괴상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을 각색한 작품이다. 익히 알려진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내용이다. 초록색 피부를 가진 마녀 엘파바가 실은 거대 권력에 저항하던 선한 마법사였다는 설정이다. 무대 상단에 설치된 거대한 ‘타임 드래건’ 세트를 비롯해 비눗방울 기계, 날아다니는 원숭이, 화려한 조명까지 볼거리가 넘친다. 특히 엘파바, 글린다 역은 공중에 매달린 채 노래하는 장면이 많아 “말도 안 될 정도로 숨 가쁘고 힘든 작품”으로 꼽는다. 2003년 초연 이후 16개국에서 관객 6000만 명을 끌어모은 히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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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내 초연 후 7년 만에 작품을 맡은 옥주현은 “팬데믹으로 전 세계 위키드가 모두 멈춘 뒤 제일 처음 올라가는 게 한국 위키드라 자부심이 크다. 이번 관객과의 만남은 어느 때보다 닭살 돋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앞서 세 시즌의 공연에 모두 출연한 정선아도 “우리가 어떻게 공연문화를 즐겨야 하는지 매일 새 역사를 쓰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남경주는 “한 칸 띄어 앉기로 객석 절반이 비어 있는데 배우들은 열연으로, 관객들은 무거운 박수로 빈 공간을 채우는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했다.

작품은 한없이 철없고 해맑은 동화를 전하는 듯하지만, 사실 극을 곱씹을수록 메시지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극 중 인간처럼 말을 하던 동물들은 점차 말하는 법을 잊는다. 옥주현은 “이는 진실, 올바름, 선을 추구하는 존재가 점차 사라진다는 뜻으로 저 역시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었다”고 했다. 초록 마녀가 무대 꼭대기로 솟아오르며 부르는 ‘중력을 넘어서’는 극의 핵심 넘버다. 중력은 현실을 무겁게 짓누르는 팬데믹부터 진실을 감추려는 세력까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마녀는 오늘도 노래한다. “나 중력을 벗어나 날아올라.”

5월 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6만∼15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코로나#위키드#초록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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