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머핀… 초콜릿 케이크… 매일매일 ‘빵 굽는 소설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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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이야기 담은 책 펴낸 백수린 작가
문학과 빵 소재 삼아 삶을 묘사
“발효-굽는시간-오븐 조건 등 완벽해도 예상치 못한 결과 발생
베이킹과 소설 비슷한 점 많아”

백수린 작가는 작업 전 항상 소설만큼이나 좋아하는 케이크를 곁들인 티타임을 갖는다. 창작의 ‘순수한 기쁨’을 되새기는 그만의 의식이다. 백수린 인스타그램 캡처
백수린 작가는 작업 전 항상 소설만큼이나 좋아하는 케이크를 곁들인 티타임을 갖는다. 창작의 ‘순수한 기쁨’을 되새기는 그만의 의식이다. 백수린 인스타그램 캡처
소설가 백수린(38)의 인스타그램에는 니트 레이스가 깔린 원목책상 위 접시에 따뜻한 차와 먹음직스러운 빵이 올려진 사진이 매일 올라온다. 루이보스 스트로베리크림이나 진저 레몬그라스에 직접 구운 사과머핀, 초콜릿 케이크 등이 예쁘게 차려져 있다.

이 사진들은 소설만큼이나 베이킹을 사랑하는 그의 성실한 ‘출근 인증샷’이다. 소설을 쓰기 전 차를 우린 뒤, 잘 구운 케이크를 올려두고 음미하는 오후는 창작의 중압감을 버리고 순수한 기쁨을 채우는 ‘기도의 시간’이다. “그저 하얀 사각 종이를 사랑했던, 쓰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황홀했던 청순한 마음을 다시금 불러오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문지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해 온 백수린 작가가 문학작품 속 빵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사진)을 펴냈다. “빵집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결국 소설 쓰는 사람이 됐다”고 고백하는 그는 문학과 빵이라는 두 재료를 섞어 삶의 이야기를 따끈하게 구워낸다.

“어릴 적 ‘빨간 머리 앤’ 같은 외국 동화를 보면 오븐에 뭔가 구워져 나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림책 빵 굽는 장면은 언제나 파티,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고, 빵은 달콤하고 행복한 것과 연결되는 것 같았죠. 너무 궁금하고, 직접 해보고 싶어서 고등학교 다닐 때 서점에서 산 베이킹 책을 보고 처음 굽기 시작했어요.”

그는 마카롱부터 식빵까지 웬만한 건 다 구워낸다. 장작 모양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뷔슈 드 노엘’ 같은 고난도 베이킹도 해봤다. 하지만 베이킹의 생명인 계량을 ‘대충 느낌대로’ 하기 때문에 맛이 들쭉날쭉하단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는 “단편소설도 사실 ‘계량’이 생명인 장르라 늘 치열한데, 취미인 베이킹까지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며 웃었다. 그렇기에 베이킹은 늘 사랑과 동경, 순수한 기쁨 그 자체다.

백수린 작가.
백수린 작가.
“소설과 베이킹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낱개의 재료로 배합을 달리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같은 레시피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발효나 굽는 시간이 필요하단 점, 모든 게 완벽해도 오븐의 조건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 누구에게 주기 위해 만든다는 점까지요.”

책에서 그는 앤 카슨의 허구적 산문 ‘남편의 아름다움’ 속 정교하게 세공된 문장과 고통 어린 치명적 아름다움을 사치스러운 과자 마카롱에 빗대 풀이하기도 하고,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 속 가족의 존재를 떠올리기도 한다. 바움쿠헨, 침니 케이크, 델리만쥬 이야기가 레이먼드 카버부터, 도리스 레싱, 로맹 가리 등의 문학세계로 절묘하게 연결된다.

그는 “결국은 문학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책”이라며 “‘세상에 이렇게 빵 종류가 많네’만큼이나 ‘이렇게 안 읽어본 책들이 많네!’ 하며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백수린 작가#다정한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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