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행복 바라는 분들 많아… 실제로 해피엔딩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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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드라마 ‘거짓말의 거짓말’ 최고 시청률 8.6%… 김지은 작가 인터뷰

‘거짓말의 거짓말’ 최종회에서 ‘지은수’ 역의 이유리(오른쪽)가 딸 ‘우주’에게 폐 이식을 해주는 수술을 앞두고 우주와 손을 맞잡았다. 김지은 작가는 “은수는 사랑조차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역설적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운다. ‘거짓말의 거짓말은 결국 진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아 사진을 싣지 않았다. 채널A 제공
‘거짓말의 거짓말’ 최종회에서 ‘지은수’ 역의 이유리(오른쪽)가 딸 ‘우주’에게 폐 이식을 해주는 수술을 앞두고 우주와 손을 맞잡았다. 김지은 작가는 “은수는 사랑조차 거짓으로 시작했지만 역설적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운다. ‘거짓말의 거짓말은 결국 진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아 사진을 싣지 않았다. 채널A 제공
이렇게 불행한 드라마 주인공이 또 있었을까. 24일 최종회에서 채널A 드라마 최고 시청률 8.6%(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한 ‘거짓말의 거짓말’의 주인공 ‘지은수’(이유리) 얘기다. 가정폭력, 남편을 죽였다는 누명, 10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딸과의 생이별, 10년 만에 되찾은 딸의 투병까지. 평범한 일상이 사치였던 은수의 비극에 시청자들은 “은수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며 함께 울고 웃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15일 만난 김지은 작가는 “‘은수에게 부디 기적 같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본을 썼다”고 했다. SBS ‘청담동 스캔들’, MBC ‘전생의 웬수들’ 등 100부작이 넘는 연속극을 써 온 그에게는 첫 미니시리즈 도전이었다.

“시놉시스에 소설 ‘빨강머리 앤’의 한 구절을 썼어요.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라는 구절이죠. 은수의 삶도 잔혹하리만큼 생각대로 풀리지 않지만 생각지 못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그녀가 행복해지는 기적요.”

지하철역 10개 거리는 거뜬히 걸을 정도로 걷기를 즐기는 김 작가는 산책을 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부녀를 보고 드라마 소재를 처음 떠올렸다.

“잠수교를 걷던 중 우주 또래의 딸과 아빠가 자전거를 옆에 두고 셀카를 찍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어요. 두 사람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한 여성이 있었고요. 아빠와 딸이 있는 프레임 안에 엄마로 추정되는 그 여성을 끌어오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그 과정을 가장 힘들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게 이야기의 시작이었죠.”

드라마를 관통하는 감정은 부모의 사랑이다. 은수와 ‘강지민’(연정훈), 은수의 시어머니 ‘김호란’(이일화)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녀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드라마 시장의 변화가 너무 빨라 고민이 많았어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로마의 휴일’ 같은 고전을 그 시기에 몰아 봤는데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인간의 본성 중 변치 않는 사랑, 그중 가장 깊은 감정인 모성애를 소재로 정면승부를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배우들의 열연도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은수는 강인함과 여림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야 했고 지민은 불우한 은수를 감싸줄 만큼 따뜻하고 신뢰 가는 배우여야 했다.

“첫 미팅 때 유리 씨가 얘길 하며 웃는데 환한 미소 끝에 이상하게 마음이 짠해지면서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느낌이 있었어요. ‘지은수가 걸어 나오면 유리 씨 같은 느낌이겠구나’ 확신했죠. 연정훈 배우도 ‘막걸리를 와인 잔에 따라 마셔야 해’라고 말하면 그게 맞는 것 같은, 신뢰가 가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에요.”

우주 역의 고나희 양의 사진을 보고 실제 소리를 질렀다.

“감독님이 나희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탄성이 나왔어요.복숭아같이 희고 사랑스러운 우주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거든요. 2회에서 은수가 우주를 껴안는 장면이 있어요. 나희 양이 놀라움, 두려움 속에서도 은수에게 끌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낸 걸 보고 소름이 돋았죠.”

은수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그는 결말에 대해 “해피엔딩”이라고 못 박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은수가 납골당에 먼저 와 지민과 우주를 기다리고 있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은수의 생사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은수는 아버지 납골당 옆으로 ‘윤 비서’(이원종)를 모시는 작업을 돕기 위해 먼저 도착해 있었던 거예요. 은수는 지민, 우주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열린 결말이 아니라 꽉 막힌, 완벽한 해피엔딩입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거짓말의 거짓말#드라마#김지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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