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해자의 목소리로 성폭력을 기록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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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과 편지/이브 엔슬러 지음·김은령 옮김/208쪽·1만5000원·심심

저자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이자 친족 성폭력 피해자다.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금기시되어 왔던 여성의 성(性)을 솔직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저자는 ‘브이데이’와 ‘원 빌리언 라이징 레볼루션’을 조직해 여성 폭력 방지에 힘쓰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가 31년 전 세상을 떠난 가해자 아버지의 입장에서 스스로 써 내려간 글을 담았다.

5세 때 시작한 성 학대는 10세 때 폭행과 위협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아버지의 목소리로 다시 기록한다. 여기서 가해자였던 아버지 자신도 폭력 속에 살았던 성장 과정, 나르시시즘 안에 그림자처럼 도사린 자기혐오가 드러난다.

이분법적 선악 구분을 넘어 상대를 원점에서 바라본다. 이를 통해 끝내 화해할 수 없었던 두 비극적 삶을 정면 돌파하는 처절한 시도가 돋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아버지의 사과 편지#이브 엔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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