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파워’, 베스트셀러 판도까지 바꿔

주간동아 입력 2020-07-05 12:20수정 2020-07-0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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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셀러’ 문화를 만든 방탄소년단.
‘새로운 나를 여는 열쇠’ ‘융의 영혼의 지도’ ‘나이스진타임’ ‘그녀에 대하여’ ‘말의 내공’… 이 알쏭달쏭한 제목들은 ‘BTS(방탄소년단) 책’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책들이다. BTS 멤버가 읽었거나, BTS 앨범에 영감을 줬거나, BTS 멤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구절이라도 언급하거나, 인터뷰 영상에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이런 책들을 BTS와 베스트셀러를 합성한 ‘BTS셀러’라고 부르는데, 최근까지 리스트에 오른 BTS셀러가 192권에 이른다.

‘BTS셀러’ 이름 달면 베스트셀러 문제없어
정국의 ‘BTS셀러’인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머리 스타인의 융 심리학 개론서 ‘융의 영혼의 지도’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BTS의 앨범 제작에 영감을 준 책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나를 여는 열쇠’는 슈가가 온라인 콘서트를 마치고 퇴근길에 들고 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BTS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불신과 학대, 사회에서 소외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치료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2009년 출간된 후 절판됐으나 BTS셀러가 되면서 중고서점에서는 2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2018년 정국의 소장 책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100만 권, 일본에서는 30만 권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정국의 방에서 진행된 인터뷰 영상에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등장한 뒤 팬들 사이에서 구매 인증 열풍이 불었고, 일본 아마존에서는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랐다. 5월 중순 김수현 작가가 새롭게 출간한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4주 연속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한국 출판물 사상 최고 선인세인 2억 원에 일본과 출판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됐다. 김 작가는 책의 인기 비결을 묻는 한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덕분”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인증 재미
책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을 V라이브에서 소개한 RM.
BTS셀러 리스트를 올리는 사이트 ‘방탄책방’에는 멤버별로 책 제목이 정리돼 있는데, 현재까지 BTS셀러는 192권이다. 가장 많은 BTS셀러 목록이 있는 멤버는 RM으로 ‘이상 소설 전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달과 6펜스’ ‘장자’ 등 총 113권이다. 슈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이스진타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등 10권, 진은 ‘그녀에 대하여’ ‘인생 수업’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입문’ 등 9권, 제이홉은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해저 2만리’ ‘법륜 스님의 행복’ 등 14권, 지민은 ‘내 인생의 해답’ ‘냉정과 열정 사이’ 등 5권, 뷔는 ‘라이프 밸런서’ ‘말의 내공’ ‘엄마를 부탁해’ 등 9권, 정국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어린왕자’ 등 5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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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BTS셀러는 소설, 시, 에세이, 정신분석, 예술 등 분야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은 분야는 고전이다. ‘달과 6펜스’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등 학창 시절 필독서로 꼽히던 책들이다. 이런 책들은 BTS셀러로 언급되는 순간 판매가 급증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

BTS셀러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순위까지 장악할 수 있는 이유는 막강한 팬덤인 아미 덕분이다. BTS는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할 때 큰 흐름이자 서사라고 할 수 있는 세계관, 일명 BU(BTS Universe)를 정한다. BTS는 세계관 회의에서 종종 책 내용을 언급하는데, 아미는 그 내용이 어떤 책에 나오는지 찾아내고 그 책을 구입해 읽은 뒤 인증하면서 ‘BTS셀러잼’을 즐긴다. BTS셀러잼은 서점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1020세대의 독서문화 확산에도 기여하며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4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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