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철부지… 황당한 일 벌이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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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예술감독
“힙합-현대무용-국악 융합 시도 순수예술서도 한류 붐 일으킬 것”

남정호 국립현대무용단장은 올해 국립현대무용단 10주년을 맞아 ‘친하게 지내자’를 주제로 행사를 연다. 그는 “즉흥 춤, 로봇과 무용수가 함께하는 작품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남정호 국립현대무용단장은 올해 국립현대무용단 10주년을 맞아 ‘친하게 지내자’를 주제로 행사를 연다. 그는 “즉흥 춤, 로봇과 무용수가 함께하는 작품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전 아직도 철이 안 들었어요. 황당한 일들을 벌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 좋아하죠.”

남정호 국립현대무용단장 겸 예술감독(68)에게 춤이란 ‘도전정신’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9일 그를 만났다. 현대무용은 난해해서 대중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늘 따라다닌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무용수의 숙명이지만 남 감독은 주저 없이 도전을 이야기했다. 2월 국립현대무용단장에 취임한 남 감독은 앞으로 3년간 무용단을 이끈다.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들은 수없이 많아요. 국립현대무용단에서는 흥미로움을 선사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고독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현대 무용가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줄 겁니다.”

대부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던 1980년대, 남 감독은 프랑스를 택해 3년 반 동안 프랑스 ‘장고당 무용단’에서 활동했다. 귀국 후에는 춤의 기술을 익히는 데만 주력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가 들어간 ‘몸짓언어’로 관객과 소통했다. 부산 경성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부산여름무용축제’를 만들어 대학생들이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장을 마련했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국립현대무용단은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는 중이다. 눈길을 끄는 시도 중 하나는 힙합과 현대무용, 국악의 퓨전이다. 힙합댄서의 패기와 관록 있는 현대무용가의 기획력을 버무려 그 위에 국악을 얹는 무대를 기획하고 있다. 순수예술에서도 한류의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게 남 감독의 계획이다.

“힙합은 굉장히 도전적인 장르예요. 스릴이 있게 몸을 쓰죠.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힙합 춤에 우리나라 현대무용수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입혀서 해외에 선보일 생각입니다.”

남 감독이 부임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대라는 물리적 공간이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4월 공연 예정이었던 ‘비욘드 블랙’은 6월 온라인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초연을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국립현대무용단 소속 무용수들이 1∼2분 분량으로 자신의 집이나 연습실에서 춤춘 영상을 릴레이로 선보이기도 했다.

남 감독은 몸짓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사는 무용수이자 창작자로 남고 싶다고 했다. 올해 말 직접 기획한 공연도 준비 중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겉으론 행복한 척해야 하는 현대인의 고뇌를 주제로 잡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청소년과 중장년층에게 몸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도록 돕는 수업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 순간 ‘재미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게 무슨 의미였지?’라고 고민하게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게 현대무용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남정호 예술감독#국립현대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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