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순간 끌린다… 자유롭고 우아한 컨버터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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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매거진Q|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지붕이 열리는 차를 뜻하는 ‘컨버터블’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스파이더’ 등
마차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애스턴마틴 볼란테
애스턴마틴 볼란테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라면 지붕을 벗기고 씌울 수 있는 형태의 차를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내놓기 마련이다. 그런 차는 지붕을 벗기고 나면 차뿐 아니라 차에 탄 사람의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 호화로움과 더불어 차를 모는 사람의 자신감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만큼,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차를 엄두도 내기 어렵다.

지붕을 벗기고 씌울 수 있는 차를 가리키는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은 사람이 흔히 듣고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컨버터블(convertible)’이다. ‘형태나 용도를 바꿀 수 있는’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 낱말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이런 성격의 차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컨버터블만큼이나 널리 쓰이는 이름 중 하나는 ‘카브리올레(cabriolet)’ 또는 ‘카브리오(cabrio)’다. 자동차의 장르나 일부분을 가리키는 말 중에는 마차 시절로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많은데 이 단어도 그중 하나다. 두 명이 탈 수 있는 크기에 벗기고 씌울 수 있는 지붕이 있고, 경쾌하게 달릴 수 있는 두 바퀴 마차를 가리키는 말이 바로 카브리올레였다.

마차 관련 역사를 다룬 영국의 여러 문헌에서는 이런 형태의 마차가 19세기 초반에 프랑스로부터 건너왔다고 한다. 따라서 그 전에 이미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장르였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역사 초기에는 마차 시절 카브리올레와 비슷한 모습과 구조로 만든 차에 썼겠지만, 지금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고급스럽거나 우아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은 컨버터블에 자주 쓰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카브리올레라는 표현과 더불어 ‘데카포타블(decapotable)’이라는 말을 쓴 경우도 많았다. 영국의 애스턴 마틴은 전통적으로 컨버터블 모델에 ‘볼란테(volante)’라는 이름을 쓰는데, 이는 ‘비행하는, 나는’ 등의 뜻이 있는 이탈리아어 낱말이지만 정작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 말을 컨버터블 모델 이름에 넣은 일이 거의 없다.

롤스로이스 팬텀 드롭헤드 쿠페
롤스로이스 팬텀 드롭헤드 쿠페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무개차(無蓋車)라는 말도 썼는데,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 역시 컨버터블과 뜻이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롤스로이스를 비롯해 과거 몇몇 영국 럭셔리 브랜드들은 컨버터블을 가리켜 ‘드롭헤드 쿠페(drophead coupe)’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역시 마차 시대에서 물려받은 표현으로 접이식 지붕을 씌웠을 때 지붕에서 시작한 선이 비스듬히 기울어 차체 뒤쪽까지 이어지는 모습이 만들어지는 4인승 컨버터블을 말한다.

‘로드스터(roadster)’라는 표현도 비교적 흔히 쓰인다. 이것은 19세기 미국에서 여행용으로 쓰기 좋은 말을 가리키는 표현이었는데, 이후 자동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차에 탄 사람을 비나 눈, 바람으로부터 보호할 지붕이나 앞 유리조차 없는 2인승 경주차나 스포츠카들을 로드스터라고 불렀다. 지금은 스포티한 성격의 2인승 컨버터블을 대부분 로드스터라고 부른다.

요즘은 로드스터와 별 차이 없는 개념이 되어버렸지만 원래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차이가 있었던 형태가 ‘스파이더(spider)’다. 스파이더 역시 마차의 한 형태인 스파이더 페이튼(spider phaeton)에서 비롯된 것이다. 페이튼은 스타일이 스포티하면서 지붕이 없거나 벗기고 씌울 수 있는 형태의 지붕을 단 마차로, 그중에서도 스파이더 페이튼은 말이 돋보일 수 있도록 일반 페이튼보다 차체를 낮고 가볍게 만든 것이었다. 이처럼 낮고 가벼우면서 간단한 모습이 마치 거미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바로 스파이더 페이튼이었다.

페라리 포르토피노
페라리 포르토피노

스파이더라는 이름은 유럽에 뿌리를 둔 업체들이 즐겨 써 왔다. 페라리는 현재 판매 중인 대부분의 2인승 컨버터블을 스파이더라고 부른다. 모델 이름에 스파이더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쓰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나는 모델 이름 뒤에 알파벳 세 글자로 차의 특징을 표시하는 것으로, 같은 모델의 쿠페 버전에는 GTB, 컨버터블 버전에는 GTS라고 쓰는 경우가 있다. 이때 GTS의 S는 스파이더의 머리글자다. 최근 국내 판매를 시작한 812 GTS가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컨버터블만 나오는 포르토피노, 쿠페만 나오는 로마처럼 한 가지 모델이 한 가지 차체 형태로만 나오는 경우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람보르기니 컨버터블은 V12 엔진을 얹은 아벤타도르에는 로드스터, V10 엔진을 얹은 우라칸 에보에는 스파이더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델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인 이유는 구조적 차이에 있다고 한다. 아벤타도르 로드스터는 지붕이 떼어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반면,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는 스위치를 조작하면 자동으로 벗기거나 씌우는 기능이 작동하는 직물제 접이식 지붕이 달려 있다. 물론 다른 브랜드들도 꼭 람보르기니와 같은 기준으로 컨버터블 이름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스파이더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차별화를 위해 단어 속 ‘i’자를 ‘y’자로 바꿔 쓰는 경우도 있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컨버터블
벤틀리 컨티넨탈 GT 컨버터블

이처럼 컨버터블을 가리키는 다양한 이름들은 자동차에서 아주 미묘한 차이가 전혀 다른 이름이나 장르로 나뉘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특히 프리미엄 및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그런 다양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 목적의 의도가 있지만 자동차 이전 시대로부터 이어져온 전통적 가치를 잇는다는 의미도 있다. 그만큼 럭셔리 자동차의 세계는 깊고 넓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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