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내가 누른 ‘좋아요’가 선거자료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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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티드/브리태니 카이저 지음·고영태 옮김/424쪽·1만8000원·한빛비즈

2018년 3월, 영국 정치 컨설팅 및 데이터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불법 유출된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2016년 미국 대선에 활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CA는 당시 미 공화당 테드 크루즈 후보의 당내 경선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선 선거운동에 이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자인 브리태니 카이저는 그때 CA에서 사업개발 이사로 일했으며 2018년 크리스토퍼 와일리에 이어 두 번째 내부고발자로 언론에 사실을 폭로했다. 이 책은 저자가 CA에서 3년간 일하며 경험한 ‘어두운 선거공학’의 단면이자, 21세기의 석유로 불리는 빅데이터가 통제되지 않고 쓰일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엿볼 수 있는 창(窓)이기도 하다.

CA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신상뿐만 아니라 이들이 어떤 내용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클릭 성향까지 담긴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유권자 그룹의 성격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들이 공감할 확률이 높은 정치 광고 등 다양한 메시지를 페이스북 스냅챗 판도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뿌렸다. 약간 과장한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을 각각 타깃으로 하는 개인 맞춤형 메시지를 제작해 그 사람의 SNS에 집어넣은 셈이다.

이것이 완전히 새롭지만은 않다.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도 2012년 재선 과정에서 페이스북 개인정보를 활용해 흡사한 전략을 구사했다. 차이가 있다면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동의를 사전에 얻었다는 것뿐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타겟티드#브리태니 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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