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찾아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0.2.26/뉴스1
“미개봉작들은 연기되고 지금 상영 중인 영화들이 장기상영 될 것 같은데, 못보신 분들은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아까운 작품들이어서 제 마음이 다 아프다는…. 지금 사태로 텅텅 빈 극장을 보니까 마음이 이상해요”(한 영화 커뮤니티 게시글)
영화산업이 좀처럼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에 2월 영화관은 지난달보다 오히려 더 꽁꽁 얼어붙었다.
‘오스카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재상영되고 ‘1917’·‘작은아씨들’ 등 오스카 수상작과 ‘정직한 후보’·‘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국산 흥행 기대작들까지 쏟아져 나왔지만 코로나19의 기세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1월 ‘대작 가뭄’이어 2월 ‘코로나 직격탄’…일일·작품별 관객수 ‘최악’
지난 1월에는 ‘남산의 부장들’을 제외하면 마땅한 흥행작이 없어 고전했다면, 2월에는 대작들이 쏟아졌음에도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영화산업의 최대 변수는 콘텐츠’라는 공식마저 깨진 셈이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영화관 관객수는 734만7078명, 매출액은 620억9456만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2월 기준 관객수와 매출액 모두 2004년(관객 311만명·매출액 195억원)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다.
코로나19가 절정으로 치달은 2월 마지막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KOBIS에 따르면 2월4주째(23일~29일) 총 관람객수는 82만4315명이다. 일주일 전인 3주째 관람객 202만3183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2월2주째는 232만2003명이었다.
2월4주째의 주말을 제외한 평일 관람객수는 9만1341명이다. 28일 작품별 일일 관람객은 1위에 오른 ‘인비저블맨’이 2만3819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인비저블맨은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다. 사흘째 성적표로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어 2위 ‘1917’이 1만6722명, 3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1만3996명을 기록했다. 그나마 1만명대를 넘어선 영화는 이 3개뿐이다. 4위 ‘정직한 후보’, 5위 ‘젠틀맨’, 6위 ‘작은아씨들’ 등은 7000~8000명대에 머물러 ‘상위권’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9위부터는 예매자수가 1000명선을 넘지도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영화관뿐 아니라 투자·제작·배급사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이달 말과 다음달 개봉 예정인 영화들 중 다수는 개봉을 연기했거나 연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26일 개봉예정이었던 ‘기생충 흑백판’은 개봉이 무기한 잠정연기됐다. 역시 26일 개봉이 예정됐던 ‘사냥의 시간’과 내달 5일 개봉예정이었던 ‘결백’, 3월 중순 개봉이었던 ‘콜’과 ‘침입자’ 등도 줄줄이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한탄했다. 이미 개봉일정에 맞춰 시사회와 마케팅, 배급 및 상영 스케줄 논의 등을 진행해 온 터라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약없이 개봉을 미루기만 할 수 없어서다.
게다가 영화관 실적은 코로나19 사태 추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불특정 다수가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관람하는 영화관의 특성상, 시민들의 외출·접촉 기피 현상이 해소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랄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산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국면인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코로나 사태가 하루 빨리 종식돼 시민들이 거리낌 없이 외출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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