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은퇴 경기…많이 준비했는데 조금 허무하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8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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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한돌에 첫판 불계승...19일 2국, 20일 3국 이어져

이세돌 9단이 NHN가 개발한 국내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을 이겼다.

이세돌 9단은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제1국에서 한돌을 상대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바둑에서 계가를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기권을 했을 경우에 이뤄진다.

인간이 AI를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 대국은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로 진행됐다. 이 9단이 ‘두 점’을 깔고 한돌의 백번으로 시작했다.

수순이 진행될수록 경우의 수가 줄어들고 AI가 점점 유리해질 수 밖에 없다. 이 9단은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9단과 한돌이 우변 흑 대마를 둘러싼 전투가 시작되는 찰나에 한돌의 치명적인 버그가 나왔다. 바둑의 기본 기술인 ‘장문’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9단이 둔 78수에 한돌의 중앙 석점 요석이 제압당하면서 급히 돌을 던졌다.

이 9단은 “은퇴 경기였는데, 좀 당황스러웠다”며 “지금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되는 것인지…”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어 “많이 준비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도 조금 허무하다”고 했다.
한돌 개발자는 “한돌은 78수를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며 “(알파고 때 이세돌 9단이) 78수로 이긴 것을 기억하고 있다. 소름이 돋았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대단한 것 같다. 그전까지 한돌이 실제 판단하고 있었던 승률은 계속 오르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78수 이후 79수부터 승률이 확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9단은 “한돌이 생각을 못 했다는 게 상당히 의외였다. 프로라면 누구나 거의 뭐 당연한 한 수였다. 그건 조금 의외다”고 말했다.

이세돌과 한돌의 대국은 19일 2국, 21일 3국으로 이어진다. 첫 대결에서 한돌이 패하면서 2국 ‘정선(이 9단의 흑번)’으로 대국하게 된다. 3번기 모두 한돌에게 덤 7집 반을 준다. 보통 접바둑은 덤이 없다. 덤을 주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흑을 잡으면 무조건 중국룰에 따라 덤 7집 반을 주게 돼있다.
내일 승률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 9단은 “솔직히 말하면 조금 힘들 것 같다. 확률은 그렇지만, 승패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다. 승패를 떠나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으로서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선을 다한다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은퇴 대국인 만큼 마지막 승부라고 한다면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다. 지난해 12월, 올해 1월 진행된 국내 상위권 바둑기사 5명(박정환·신진서·김지석·이동훈·신민준 9단)과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다. 지난 8월 중국 산둥성 르자오시 과학기술문화센터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의 은퇴를 기념한 자리라 더욱 주목받았다. 한돌의 대리 착수자로 NHN의 서비스 IB 운영파트 이화섭 대리가 나섰다. 아마 5단인 이 대리는 한국기원 연구생 1조 출신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 초읽기 1분 3회다. 기본 대국료는 1억5000만원이며, 1승 때마다 5000만원의 승리 수당을 추가로 받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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