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자체에 ‘공포심’ 느낄 수도…영어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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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에 모국어처럼 영어를 익혀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실력이 비슷해진다”….

영어 교육은 어렵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그럼직하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말을 배우는 걸까. 최근 ‘언어의 아이들’(사이언스북스·1만8500원)을 펴낸 조지은 옥스퍼드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를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매일 아침 대화하는 모습을 녹화했죠. 엄마의 마음으로 본 자녀의 언어 관찰·연구 과정을 담았습니다.”

조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8살 10살 딸을 둔 엄마다.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 영어에 서툰 한국인 베이비시터가 3살까지 주 양육자로 아이들을 돌본 덕분에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체득했다.

“국제 가정의 경우 60개월 전에 엄마(또는 아빠)의 언어를 익히는 게 좋습니다. 이후엔 자의식이 생겨 거부할 수 있거든요. 두 개의 언어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갑니다.”

국제 가정과 같은 언어 환경을 제공하는 영어 유치원은 어떨까. 조 교수는 아이의 기질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어는 즐거운 환경에서 ‘노출’과 ‘필요’에 의해 습득되는데, 낯선 외국인과 엄격한 규율로 심리가 위축되면 언어 자체에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험을 통해 성과물을 유도하는 학습식 영어 유치원을 지지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교육 카페에는 아이가 영어 유치원 1년 만에 초·중·고 12년 간 배운 자신의 영어실력을 능가하는 ‘간증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조 교수는 시험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외는 것은 ‘이해의 단어’를 쌓는 것과 동떨어진 행위로, 영어 실력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훈련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달달 외는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중요한 건 평소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이해의 단어’입니다. 6세~8세 사이의 독서가 이해의 단어를 비롯한 언어 능력을 결정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영어책을 읽도록 하려면 영어를 친숙하게 느껴야 한다. 이른바 ‘영어 노출’인데, DVD·CD만 틀어주는 건 상황별 언어로 남을 뿐 내재화되진 않는다. 조 교수는 “자녀와 만화 내용에 대해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어로 연극을 하거나 해당 책을 읽어도 된다”고 했다.

“7살 무렵 노래 등으로 파닉스를 익히고 독서로 넘어가길 권합니다. 책 내용이 흥미롭다면 스스로 읽으면서 문법을 깨칠 겁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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