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독대해도 냄새 안 나” 여권 파워맨들 손가락 사이에 자리잡은 ‘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1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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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고 불리는 ‘줄(JUUL)’이 ‘파워맨’들의 애장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청와대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할 때 담배 냄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더욱 빠르게 파워맨들의 손가락 사이에 줄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줄은 2015년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인 전자담배 ‘줄랩스’(Juul Labs). 미 전자담배 시장의 7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일종이다. 니코틴 액상에 담배의 매캐한 향 대신 과일 등 좋은 향을 포함시켜 냄새가 적다.

아직 국내에 정식 수입도 되지 않는 줄이 여권 핵심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줄을 피고 있다는 한 여권 관계자는 “시중에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특유의 향이 있는데 줄은 그런 것도 없다”고 밝혔다.

휴대용저장장치(USB)처럼 노트북에 끼워 충전할 수도 있고, 연필심통 정도의 크기라 파워맨들의 주머니에 부담 없이 들어간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자체 니코틴액상을 미리 통에 넣어 판매함으로써 액상을 매번 기기에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주머니 안에서 불룩 튀어나온 담뱃갑을 보고 ‘담배 안 끊냐’고 한 소리 듣는 일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여권 핵심부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줄은 미국으로 출장 가는 여권 관계자들의 선물 1호가 됐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으로 출장 가는 사람들에게 ‘줄을 사다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잦지만 출장 가는 사람들도 가격 부담이 별로 없어 해외에서 줄을 구매해 공수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 시작된 줄 열풍은 최근 민주당으로도 퍼졌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으로부터 줄을 선물 받은 이후 손에서 줄을 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표가 선물을 받는 일이 거의 없는데 장 전 실장으로부터 받은 선물에는 매우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줄을 피운다는 뜻의 ‘줄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줄의 아시아 시장 진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한 업체가 담배사업법에 의거해 수입해 판매하려 준비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허용되기 때문에 개인이 해외에서 사오거나 정식으로 수입해 성인에게 만 팔면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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