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제철 만난 방어… 찰진 근육에 기름기 좔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원 어비리 식당의 방어회. 석창인 씨 제공
수원 어비리 식당의 방어회.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요즘 채널A의 ‘도시어부’ 프로그램에서 방어나 부시리를 잡는 장면을 보니, ‘염소는 힘이 세다’라는 소설 제목을 빗대어 ‘방어는 더 힘이 세다’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잡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 방어가 요즘 제철을 맞았습니다. 예전에는 대략 11월 중순부터 제주 모슬포로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방어를 즐기기 위해 모여들었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 정상에 눈이 두 번 내리면 방어가 맛있을 때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방어가 동해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제주의 방어 전문 식당들은 울상입니다.

방어는 여름에 오호츠크까지 올라가서 먹이 활동을 하며 살을 찌우다가 겨울이 되면 산란을 하러 우리 남해안까지 내려옵니다. 겨울에 모슬포 주변에서 잡히는 방어는 빠른 해류를 이기려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근육이 찰질 수밖에 없고, 근육 사이로 기름도 잔뜩 올라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그러나 식당에서 취급하는 방어 크기는 기껏 40∼50cm 정도인데, 이를 일본에선 ‘하마치’라고 부릅니다. 물론 양식을 하는 방어도 대략 이 정도 크기에서 잡는데 이는 사료 효율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식 방어를 아예 ‘하마치’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양식을 하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덜하여 기름이 일찍 오르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몸집이 더 커져 기름투성이가 되기 전에 잡아줘야 1m 내외의 대방어가 갖는 풍미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고 하네요. 대방어는 대략 8∼10kg이 넘는데 이 정도 크기는 돼야 부위별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참치와 비슷하게 배꼽살, 목살, 사잇살, 볼살 등을 방어의 특수부위라고 보면 됩니다.

방어는 농어, 전어, 숭어 등과 함께 대표적인 출세어입니다. 고시를 패스해서 출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끼에서부터 몸통이 커가면서 명칭이 달라지는 어종인 것이지요. 출세어(出世魚·슛세우오)라는 말의 어원을 찾아보니, 일본 에도시대에 하급 무사 혹은 학자가 성인식을 치르거나 진급을 할수록 이름을 새로 지어 불렀는데 그 방식을 생선에도 적용한 듯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호칭 인플레가 심해 출세를 하거나 지위가 올라갈수록 성씨 끝에 붙는 호칭이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사람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라 하여, 어렸을 땐 아명(兒名)을 쓰고, 그 다음에 자(字), 호(號) 등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자기 스스로 호를 지어 이름 앞에 붙입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그 의미를 헤아려 짓는다면 이해가 가지만, 막 청년기를 벗어난 친구들까지 수준 떨어지는 작명을 하고 으스댑니다. 지나가는 방어가 웃을 일이지요.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어비리: 경기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265번길 25 방어회(중) 7만 원

○ 시스트로: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24길 25 방어 카르파치오 3만 원

○ 작은수산시장: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가길 4 방어회정식(1인) 3만 원
#방어#방어회#방어 카르파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