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성의 盤세기]방탄소년단이 부른 아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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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음악 ‘패’들의 산타령 음반

1960년대 선소리산타령 공연 모습. 왼쪽부터 김순태, 김태봉, 유개동, 이창배, 정득만. 김문성 씨 제공
1960년대 선소리산타령 공연 모습. 왼쪽부터 김순태, 김태봉, 유개동, 이창배, 정득만. 김문성 씨 제공
김문성 국악평론가
김문성 국악평론가
“21세기 비틀스”라는 찬사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가히 경이적입니다. “공장의 규격화된 상품 같다”며 한국 아이돌 음악을 비판하던 서구 언론들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 보이그룹 특유의 각 잡힌 칼군무, 비주얼, 떼창, 퍼포먼스에 세계인이 매료된 것 같습니다.

군무와 떼창, 독특한 퍼포먼스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은 전통음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들은 BTS, 워너원, 엑소 같은 이름 대신 왕십리패니, 뚝섬패니, 마포동막패니 하는 ‘패’의 팀명으로 활동했습니다. 이들은 산천경개를 노래한 산타령이라는 호방한 소리를 서서(선소리) 부르기 때문에 주로 남성 멤버들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리더인 모갑이가 장구를 치며 선창을 하면 나머지 멤버는 소고를 가지고 칼군무를 맞추며 합창을 합니다.

훗날 선소리산타령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되며, 당시 서울의 여러 패들 가운데 소리가 걸출했던 김태봉(수현), 유개동, 이창배, 정득만, 김순태 5명의 남성이 첫 인간문화재가 됩니다. 막내인 이창배는 BTS의 랩몬스터처럼 팀의 리더로서 작사, 작곡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공덕의 독막패 출신인 김순태는 꿀보이스로 노래와 외모를 담당했으며, 많은 여성 팬을 달고 다녔습니다. 과천패 출신인 정득만은 노래와 재담이 뛰어난 가수였습니다. 뚝섬패 김태봉과 사계축 유개동은 이들보다는 반세대 가까이 앞선 대명창으로 이들의 인지도 상승을 주도한 공신들입니다.

광복 후 1960년 중반까지 이들이 녹음한 산타령 음반은 1958년 신세기레코드가 발매한 넉 장의 음반이 전부입니다. 일제강점기에 발매된 많은 산타령보다 늦게 발매되었음에도 산타령 중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편 2016년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케이콘 행사에서 방탄소년단은 본조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연곡을 불렀습니다. BTS의 아리랑은 이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급속히 퍼졌습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매한 비매품 음반에 실린 BTS의 아리랑 연곡은 21세기에 재해석한 가장 주목해야 할 아리랑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

다음 달 4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 김문성 씨가 진행하는 ‘인문학으로 풀어낸 아리랑 토크쇼’가 공연됩니다.
#아리랑#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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