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만 사는 아내 안타까워 쓴 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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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소재원 작가

“드라마는 소설의 감정을 절대 흉내 낼 수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서울 성북구의 작업실에서 24일 만난 소재원 소설가(35·사진)가 말했다. 그는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를 집필하며 드라마 작가로 데뷔를 했다. 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별이…’는 바람난 남편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50대 여성 서영희(채시라)가 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정효(조보아)와 함께 생활하며 겪는 갈등을 현실감 있게 풀어내며 최고 시청률 10.6%(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그는 임신한 아내를 보며 소설을 집필했다.

“임신하자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오직 엄마로 살아가는 아내가 안타까웠어요. 내가 알던 한 여성이 아니라 ‘○○엄마’로 불리며 자아를 잃어가는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대본이 나올 때마다 항상 아내에게 검수(?)를 받았다. 그는 배우들이 드라마를 살렸다며 공을 돌렸다.

“초반 대본에 감정을 서술한 지문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첫 방송을 보고 배우들에게 신뢰가 생겨 이를 줄였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채시라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도 해줬다. ‘임신부는 염분이 있는 음식을 피한다’는 대본을 보고 “염분 있는 음식도 먹는다. 단정적인 표현에 여성들이 죄책감을 느낄 수 있으니 배려해 달라”고 의견을 냈다.

사실 소 작가는 이미 ‘핫’하다. 영화 ‘비스티보이즈’의 원작인 ‘나는 텐프로였다’를 시작으로 ‘터널’ ‘소원’ 등 여러 소설이 영화화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룬 소설 ‘균’의 시나리오 작업도 마쳤다. 내년에는 또 다른 드라마로 안방극장을 찾을 계획이다.

그에게는 ‘대중적이지 않으면 쓰지 않겠다’는 철칙이 있다. 소설을 쓸 때도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을 염두에 둔다. 요즘은 세 살 아이를 키우고 부모 모임에 참석하며 소설 소재를 얻는다. 가난도 동력이 됐다. 열세 살에 부모의 이혼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장애가 있었고 집은 가난했기에 글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이, 더 빨리 썼다.

“아버지 덕분에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받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경치는 예쁘지만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소재원 작가#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나는 텐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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