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읽어줘야”… 날개 돋친 ‘취향저격’ 독립잡지

  • 동아일보

생활철학, 사진, 아빠들의 육아, 식재료, 인기 브랜드 탐구…. 최근 인기를 끄는 감각적인 독립잡지들은 특정 독자층을 겨냥해 한 가지 테마만을 깊이 다룬다. 교보문고 제공
생활철학, 사진, 아빠들의 육아, 식재료, 인기 브랜드 탐구…. 최근 인기를 끄는 감각적인 독립잡지들은 특정 독자층을 겨냥해 한 가지 테마만을 깊이 다룬다. 교보문고 제공
지난 주말인 21일, 아빠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볼드 저널’ 편집실에 정기 구독자인 30, 40대 남성 10여 명이 속속 모였다. 이들은 다음 달 다룰 주제인 ‘아빠의 퇴사’에 대해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30, 40대 ‘힙한’ 아빠들을 타깃으로 하는 이 잡지가 매달 하나의 주제를 깊고 폭넓게 다루기 위해 사전 모임을 열고 의견을 구하는 자리였다. 최혜진 편집장은 “아버지란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였지만 자신의 색깔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남성이 많다”며 “이들은 우리 잡지를 단순히 읽을거리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브랜드’로 인지한다”고 말했다. 2년 전 창간된 이 잡지는 독자층이 탄탄해 광고 없이도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출판 및 잡지 산업은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특색 있는 취향과 감성을 자극하는 독립잡지들은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서점에서 판매되는 독립잡지는 100종이 훌쩍 넘는다. 사은품이나 광고가 없고 표지부터 감각적 화보와 강렬하고 세련된 일러스트로 젊은 감각과 스타일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 성북구의 큐레이션 서점 ‘부쿠’는 독립잡지 전문 코너를 두고 있다. 사진, 음악, 도시, 퇴사 등 주제별로 종류가 많아 ‘광고가 없는 전문 간행물’로 기준을 세워 선별했다. 매회 이케아, 구글, 록시땅 등 스토리가 있는 한 브랜드로 전체 잡지를 구성하는 ‘브랜드매거진B’, 도시별 커피와 커피문화를 소개한 ‘드리프트’, 나무 전문 잡지 ‘우드플래닛’이 대표적이다. 가격은 1만5000원 이상으로 웬만한 단행본보다 비싸고 3호 안팎을 낸 신생 매체도 많지만 서점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나영란 점장은 “자신만의 취향을 추구하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독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잡지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잡지 전체 매출은 2012년에 비해 26% 떨어졌지만 하나의 매체만 발행하는 사업체는 1247개에서 2386개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출판사나 일반 기업도 딱딱한 계간지나 홍보물 대신 독립잡지 형태로 새로운 간행물을 잇달아 내고 있다. 바다출판사는 올해 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와 여성의 시각에서 문화를 읽어내는 ‘우먼카인드’를 창간했다. 두 잡지의 정기 구독자는 3개월 만에 각각 600명을 넘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식재료 탐구를 표방한 ‘매거진F’를 지난달 창간했다. 첫 호에서 소금만 집중적으로 파헤쳐 주목을 받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잡지 판매가 감소하며 광고가 붙지 않아 위기에 처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오직 독자에게 중점을 둔 ‘원테마 잡지’들이 등장했다”며 “구독료를 기꺼이 내고 볼 고정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고급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만큼 독립잡지가 안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독립잡지#볼드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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