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이 된 먹거리, GMO유전자의 실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슬픈 옥수수/케이틀린 셰털리 지음/김은영 옮김/480쪽·2만3000원·풀빛

케이틀린 가족은 식탁에서 옥수수를 빼기로 했다. 옥수수를 먹지 않으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포장식품의 80%가 옥수수나 콩으로 제조된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뿐 아니었다. 베이킹파우더와 비타민, 티백, 약품, 주방세제, 종이컵 코팅제, 왁스코팅제, 소아용 소염진통제…. 옥수수는 어디에나 있었다. 더욱이 그것은 유전자변형작물(GMO) 옥수수였다. 그것은 케이틀린이 관절의 통증으로 고생하고 아들 마스든이 호흡곤란과 발작에 시달리던 원인으로 지목된 대상이었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 ‘엘르’ 등에 기사를 써 온 저자는 자신과 아들이 겪은 이상 증세가 GMO 옥수수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임을 알게 되면서 GMO의 실체를 파헤치는 여정을 시작한다. 저자는 조사를 통해 박테리아 ‘Bt’의 유전자가 옥수수에 삽입돼 GMO 유전자가 만들어졌음을 확인한다. ‘Bt’가 나방, 벌, 개미, 파리 같은 벌레의 살충 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박테리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Bt의 DNA를 가진 곡물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고 저자가 겪은 것과 같은 위험한 면역 이상 반응을 가져올 수 있단 점이다. GMO가 인간과 동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도 저자가 주목하는 위험스러운 측면이다.

저자는 GMO 제품을 생산하는 생명공학 기업 ‘몬산토’가 외부 검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며 “국가가 국민 건강을 책임져 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한다. 저자는 GMO 작물 재배가 늘어나면서 벌이 모으는 꽃가루도 여기에 노출돼 꿀이 GMO에 오염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묵직한 내용이지만 가족의 체험과 개인의 여행길과 함께 전개돼 서정적인 감동도 준다. 저자는 미국 메인주의 사과 전문가 존 벙커를 인용해 GMO 추적기를 마친다.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일에 대해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슬픈 옥수수#케이틀린 셰털리#김은영#옥수수#gmo유전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