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문정후의 대항해시대가 열리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6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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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뮤지컬배우 문정후.
가수 겸 뮤지컬배우 문정후.
문정후의 대항해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문정후가 누구냐고요? 정. 후. 옥홀 정(珽)에 만날 후(逅)를 씁니다.

‘옥으로 된 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정후’라는 이름에는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들과 함께 하고 싶다’라는 속뜻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정후가 누구냐”에 대한 답은 아닙니다. 문정후는 문혜원의 예명입니다. 국내 인디씬을 대표하는 록밴드 뷰렛의 보컬리스트이자 뮤지컬배우인 문혜원씨가 솔로 프로젝트 1집 앨범을 위해 지은 이름이죠. 옥홀 정에 만날 후, 문정후입니다.

1집의 타이틀은 ‘대항해시대’입니다. 타이틀에서 엿볼 수 있듯 이 앨범은 인생을 항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앨범은 외형부터 눈에 띄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9곡의 노래와 7편의 에세이 그리고 한 편의 단편소설이 함께 붙어 있죠. 그러니까 음악과 문학이 세트로 묶여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문정후’라는 인물이 살아온 이야기를 항해일지 형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뷰렛의 ‘문혜원’과는 사뭇 다른 음악을 들려줍니다. 일렉 기타의 거친 사운드가 빠진 자리를 클래시컬한 현악기, 관악기, 피아노가 메우고 있습니다. 어쿠스틱하고 소박한 곡부터 고전미가 넘치는 웅장한 스케일의 곡까지 문정후의 항해는 파고를 넘고 넘어 쑥쑥 나아갑니다.

그동안 음악과 연기에 가려져 있던 문정후씨의 ‘문장’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꽤 매력적입니다. 팬들은 물론 업계에서조차 문정후씨의 문장을 대할 기회는 많지 않았죠. 하지만 아는 사람은 문정후씨가 얼마나 치열하면서도 황홀한 글쓰기를 지속해 왔는지 진즉에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바로 뷰렛의 리릭이죠.

문정후 1집 ‘대항해시대’ 앨범 이미지.
문정후 1집 ‘대항해시대’ 앨범 이미지.

앨범 ‘대항해시대’ 속의 에세이와 단편소설은 문정후씨가 쓴 문장이 먼지처럼, 나뭇잎처럼 쌓인 것들입니다. 각 에세이의 제목은 앨범의 수록곡의 그것과 동일하죠. 가사와는 닮은 듯 다른 이야기들이 봄날 강물 위에 뿌려진 햇살처럼 반짝입니다.

일곱 편의 에세이는 문정후씨의 삶에 대한 기억과 이어져있습니다. ‘유하’는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의 딸 유하의 첫 번째 생일을 위해 만든 노래이고 ‘Crying Over U’는 기억조차 희미한, 어려서 죽은 오빠를 위한 뒤늦은 진혼곡입니다.

‘바람아 불지마’는 엄마와 이혼한 아빠에 대한 기억, ‘Paradise’와 ‘오늘밤 결혼해줘’는 자신의 인생과는 반드시 대극점에 서 있으리라 확신했던 결혼을 담고 있죠.

그리고 “돈이 좀 생기면 신발을 하나 살까. 난 멀리 가야 하니까”하고 노래하는 ‘이방인’은 이 작은 책의 종장인 단편소설 ‘사춘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앨범의 노래들과 에세이, 소설은 연결되고 중첩되어 있습니다. 문정후씨의 항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과 글을 동시에 듣고 읽어야 합니다.

1월29일 서울 합정동의 폼텍웍스홀에서 ‘대항해시대’의 쇼케이스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1집 수록곡은 물론 자전적인 에세이를 각색해 한 편의 모노드라마 같은 무대도 꾸며진다고 합니다.

뮤지컬배우이자 가수. 문정후씨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이영미씨 그리고 아이리쉬 포크밴드 ‘바드’의 보컬리스트인 루빈이 게스트로 출연합니다.

PS. 이 문정후 1집 앨범 ‘대항해시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대중음악 활성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대중음악 앨범제작, 프로모션 사업’이 맺은 열매이기도 합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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