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달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숨가쁜 추격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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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앤디 위어 지음·남명성 옮김/448쪽·1만5000원·RHK

‘마션’의 작가가 달나라 이야기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달에 건설된 도시 아르테미스에 사는 최하층 짐꾼 여성 재즈 바샤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용접공인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아르테미스로 와 20년을 산 재즈는 집세도 감당하기 어려워 불법 밀수업을 한다. 수학 천재지만 학창시절 영재반에 들어가길 거부했다. 용접하는 데 미분은 필요 없다는 게 이유다.

재즈에게 단골 고객인 엄청난 자산가 트론이 비밀스러운 제안을 한다. 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하다며 특정 기계들을 망가뜨려 달라고 한 것. 망설이던 재즈는 거액을 주겠다는 말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수락한다. 몸만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캡슐형 집에,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하는 삶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다.

임무를 거의 다 이행해 가던 재즈는 결국 발각돼 도망자 신세가 된다. 열일곱 살 때 대형 사고를 친 재즈를 주시하며 지구로 추방할 기회를 노리는 보안책임자 루디가 바짝 추격해 온다. 한데 트론이 살해되고 누군가가 재즈의 목숨을 노리면서 상황은 꼬여만 간다. 재즈의 뛰어난 두뇌와 순발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는 건 이 때부터로, 거대한 음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고뭉치에 욕설을 입에 달고 살고, 돈벌이에만 골몰하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괴짜 재즈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궁금증을 더하며 고속으로 질주하는 전개에, 재즈가 네온 가스관을 터뜨려 추격자들의 의식을 잃게 만드는 등 각종 과학적 지식이 정교하게 결합돼 지적으로도 즐거운 자극을 만끽할 수 있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이어서 재즈가 3m 정도는 쉽게 점프해 위기를 모면하거나, 물이 귀해 호텔 샤워실에서도 물 20L를 계속 정수해 써야 하는 등 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생생하게 묘사했다. 관광 명소인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지점과 주위 풍광도 하나하나 소개해 달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이에게는 혀끝을 사로잡는 요리 같은 책이 될 듯하다. 영화 ‘마션’의 제작사와 제작진이 이 책도 영화화하기로 했다. 원제는 ‘Artemis’.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르테미스#앤디 위어#남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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