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카뮈와 샤르의 아주 사적인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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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와 르네 샤르의 편지/알베르 카뮈, 르네 샤르 지음/백선희 옮김/288쪽·1만6000원·마음의숲

문학적 동지였던 소설가 알베르 카뮈(왼쪽)와 시인 르네 샤르. 마음의숲 제공
문학적 동지였던 소설가 알베르 카뮈(왼쪽)와 시인 르네 샤르. 마음의숲 제공
‘르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내 안에 깃든 빈자리가, 공허가 오직 당신의 글을 읽을 때 채워집니다.’

‘이방인’ ‘페스트’ 등 걸작을 낳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1913∼1960)가 프랑스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르네 샤르(1907∼1988)에게 썼던 편지의 한 대목이다. 두 프랑스 문인은 시와 소설을 넘어 편지로 마음을 나눴다. 책은 카뮈가 교통사고로 숨지기 직전까지 13년간 두 문학 거장이 주고받은 편지 184통을 묶은 서간집이다.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됐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에선 말로 전하기 힘든 진심이 엿보인다. 특히 집필 중이던 작품에 대한 고민, 시대 상황, 가족에 대한 마음, 삶에 대한 고민 등이 편지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루에 열 시간씩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은 더디고 힘듭니다. 게다가 아주 못난 아이가 태어날 것 같습니다.’ ‘내 책의 몇 군데를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손에서 놓을 마지막 순간까지 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카뮈가 ‘반항하는 인간’을 집필하며 느낀 고통과 어려움을 샤르에게 토로하는 편지의 일부다. 속내를 드러낼 정도로 깊었던 문학 동반자의 우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르네 역시 편지글을 통해 카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1957년 카뮈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에 기뻐하며 ‘참으로 절망적인 날들 사이에서 내게는 이날이 최고의 날이자 가장 환한 날입니다’라고 편지를 보낸다거나 카뮈의 책에 대한 칭송을 아끼지 않는다. 둘이 주고받은 편지글을 통해 페스트 발표 이후 엄청났던 주위의 반응에 대한 카뮈의 속내 등 알려지지 않은 둘만의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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