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주서 무형문화재대전 개막
문화재 이수자 중심 합동공연 기획 “발레 등 자발적 협업 늘어 다행”
“소리든 춤이든 몸을 따라가는 장단은 전 세계에 국악이 유일합니다. 조선시대 세종 이후 궁중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악보 없이 구전으로만 수세기 이상 이어 왔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최근 만난 ‘국악 전도사’ 남궁연 씨(50·사진)는 이렇게 말하며 열정과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펼쳤다. 노트북에서 보여준 동영상에는 여인의 노랫가락에 맞춰 한복 차림의 무용수가 유연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민요 배따라기를 버클리 출신 음악감독(김진수 민경훈)이 편곡·연주한 곡인데 한국 무용 춤사위와 절묘하게 어우러지죠?”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한 여성이 오묘한 음악에 맞춰 ‘각기춤’과 발레를 섞은 듯한 춤을 췄다. “아쟁, 거문고, 장구로 즉흥 연주한 곡에 강효형이 안무한 국립발레단의 리허설 장면이에요. 국악처럼은 들리지 않죠?”
드러머, 라디오 DJ, 강사, 연출가, 크리에이터 등 수많은 직함을 가진 남궁 씨는 요즘 국악에 ‘다걸기(올인)’ 중이다. 지난 1년간 ‘2017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에 올릴 공연을 준비해 왔기 때문. 26∼29일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리는 이번 무형문화재대전에서 그는 무형문화재 이수자들이 중심이 된 ‘이수자 합동공연: 시간의 단면’을 기획·감독했다.
“지난해 국악방송 DJ를 하면서 매주 한 명씩 명인들을 만났어요. 클래식으로 치면 지휘자 카라얀급의 대가들과 1년간 만난 것이죠. 그분들의 공통된 바람 중 하나가 성공한 예술인이라는 결과보다 과정의 고통을 봐 달라는 거예요. 그런 바람과 젊은 국악인이 대를 잇는 과정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공연 제목을 ‘시간의 단면’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는 클래식처럼 국악이 널리 향유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책 차원에서 이뤄지던 국악과 다른 예술 분야의 협업이 조금씩 자발적인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발레리나 김주원 씨는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김세연 씨와 함께 소리꾼 이나래의 ‘닻’이란 곡에 안무를 입혀 무대에 올린다. 남궁 씨는 “다른 예술 분야의 유명인들이 국악을 활용해 많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돕고 싶다”며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국악에서도 멋진 히트곡이 나오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궁 씨에게 이번 공연은 더욱 각별하다. 그간 국악 공연을 많이 연출했지만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준비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정신 차리고 만든 첫 공연이니 ‘감탄’을 넘어 ‘감동’을 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공연뿐 아니라 한지공예, 매듭 팔찌, 강강술래 등도 체험할 수 있으니 많이 와서 우리 문화를 즐겼으면 합니다.”
댓글 0